금호타이어 "눈치 보느라 가격인상 못해"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5.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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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느라 (타이어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 "재료비가 올랐는데 타이어 가격을 못 올리면 기업이 죽으라는 것이다"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의 말이다.

한국타이어 (15,720원 ▲280 +1.81%)에 이어 금호타이어도 타이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 사장은 7일 조선호텔에서 오찬간담회를 갖고 "원자재 가격이 사업계획보다 6% 올랐다"며 "수출가격은 거의 다 인상했지만 내수는 제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로 예상했지만 현재 120달러까지 올랐고 생고무 가격 역시 전망보다 웃돌고 있다는 것.



오 사장은 "미국 등 해외에서 올해 2번 가격을 올렸다"며 "국내에서도 4% 정도의 가격을 올려야 하고 시기는 2-3개월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업계가 지난 2~3월에 가격을 5% 올렸지만 이 같은 인상폭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는 못 미친다는 것.

오 사장은 "수출과 내수가격을 모두 올려야 하지만 수출가격은 9.4% 인상한 반면 내수가격은 5% 밖에 못 올렸다"며 "내수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이 지난달 29일 IR(기업설명회)에서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오 사장까지 가격인상 불가피론에 가세함에 따라 국내 타이어 업계가 조만간 가격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 업계는 정부가 최근 52개 생활필수품목에 대한 가격규제를 하는 등 물가안정 의지를 보이고 있어 가격을 곧바로 올리지 못해 왔다.

여기에는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한국타이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과 달리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도 한몫했던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점유율이 뒤지는 후발업체들이 정부나 한국타이어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먼저 올리기도 쉽지 않은 처지였다.

오 사장은 "한국타이어보다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금호타이어가 먼저 올린 적도 있고 한국타이어가 먼저 올린 적도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오 사장은 "(원자재 공급업체들이) 재료비를 안 올려 주면 바로 거래를 안 해 버린다"며 "재료비가 가장 골치 아픈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료비가 올랐는데 타이어 가격을 못 올리면 기업이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타이어 공장 건립과 관련 오 사장은 오는 12일 착공식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타이어 업계의 글로벌 '빅5'를 위해 타이어 기업의 M&A를 하기보다는 제조원가나 생산성 면에서 유리한 해외 공장의 생산 비중을 늘리는 현지화 전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 사장은 "중국 남경공장에 광주공장에 비해 제조원가가 60%밖에 안 든다"며 광주공장의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쿠퍼타이어가 보유한 금호타이어의 지분 매각과 관련 오 사장은 "재무적 투자자 몇 곳과 논의중이라며 5~6월안에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투자자에 대한 지분매각은 기술공유 등 힘든 문제가 많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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