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치란]함승희 "바람같은 것"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5.08 15:01
글자크기
[나에게 정치란]함승희 "바람같은 것"


검사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선망 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고달프다. 검사에게 세상의 모든 일은 옳거나 그르거나 둘 중 하나다. '좋은 게 좋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게 습관이 되다보니 일반적인 처세술은 몸에 익지 않는다. 정년이 지나거나 검찰을 떠난 뒤에도 이런 사고방식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함승희 친박연대 최고위원이 그런 경우다. 검사 출신답게 소신 발언으로 유명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직성이 풀린다. `소신파'란 평판은 함 최고위원 본인에게 찬사이자 동시에 굴레다.

"좋게 보면 쓴소리를 잘 한다거나 소신이 있다는 평판은 긍정적이죠. 소위 공인에겐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꼭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길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그는 스타검사 출신이다. 김영삼 정부 초기 대검 중수부 검사로 동화은행장 비자금 사건, 율곡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파헤치며 이름을 알렸다. 검사를 그만둔 뒤 변호사로 개업했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정치는 험난했다. 현안마다 소신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독립군'이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함께 일하기 어렵단 뜻이었다. 그는 열린우리당 합류 제안을 뿌리치고 민주당에 남았고 재선에 실패했다. 17대 총선에 불어닥친 탄핵 역풍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회한이 컸다. 성실한 의정활동과 탄탄한 지역활동을 자부했지만 일순간의 '바람'을 이기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정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거예요. 민심은 바람과도 같아요. 바람은 지나가고 나면 흔적도 없지요."

정치판에선 영원히 옳은 사람도, 영원히 틀린 사람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는 출범 초기 인기가 높았지만 인사 파문, 학교 자율화, 한미 쇠고기 협상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 이젠 등돌린 민심이 상당수다. 거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퇴임 후 인기가 급상승했다.

함 최고위원은 18대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이제는 욕심을 버렸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보다는 바람에 맡기듯 때를 기다릴 계획이다.

"어느 순간 내 가치가 한 시대의 바람과 맞아 떨어질 수 있어요. 그 때 그 바람에 편승하면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안되는 거죠."

△강원 양양·56세 △양정고·서울대 △서울지검 검사·대검찰청 검찰연구관 △함승희법률사무소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 대표변호사 △16대 국회의원 △박근혜 대선후보캠프 클린선거대책위원장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