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5만마리 살처분에도 AI 비웃듯 '창궐'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5.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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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뒷북 방역에 '속수무책'

-AI 잡히기는 커녕 전국으로 확산
-연중 상시질환 우려도 고조
-인간 AI 발생 가능성도 무시 못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우려'에 이어 서울 한 복판에서도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는 등 'AI 공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관심이 커진 광우병은 한번 걸리면 치사율 100%의 무서운 병이지만 2000년 이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지는' 질병이다.



반면 AI는 세계적으로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뜨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위험은 AI가 더 높을 수도 있다.

◇AI 전국으로 일파만파=그동안 '광우병 파동'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AI는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한달여만에 전남, 충남, 경기도, 경북, 울산, 대구로 전파되더니 급기야 서울까지 상륙했다.



그동안 60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돼 34곳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방역당국이 살처분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만 665만6000마리나 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AI가 발생한 지난 2003년 겨울의 살처분 건수 520만마리를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AI가 전파세가 잡히기는 커녕 여름이 다가올수록 확산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AI는 추운 겨울에만 나타나 날씨가 따뜻해지면 소멸되는 겨울철 바이러스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상황은 AI가 연중 상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직까진 사람에겐 AI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러다간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인체감염 환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걱정도 그와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뒤늦은 방역=사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방역당국은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 김제에서 최초 AI가 발생했을때만 해도 정부는 "AI는 따뜻해주면 사라지고, 조기신고가 이뤄져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느긋해했다. 그러나 AI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호남, 서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됐다.

방역당국은 AI가 발생하면 반경 3㎞ 이내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는 등의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매번 방어선은 '뻥뻥' 뚫렸다. 당황한 정부는 군병력을 살처분에 투입하고 위기대응 단계를 경계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긴급대책을 세웠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광진구청에서 발생한 AI도 정부가 AI전파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재래시장에서 가금류 판매를 금지했지만 성남 모란시장에서 꿩을 사온게 발단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에 터진 '광우병 파동'으로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AI 대처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는=쉽게 말하면 조류에 감염되는 유행성독감이다. 2005년까지는 조류독감으로 불렸다. 주로 닭과 오리 등의 배설물을 통해 전파된다. 100여년전부터 나타났으며 193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다가 1980년대 유럽에서 다시 발견된 이후 확산돼 현재는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AI는 동물에게만 나타났었으나 97년 홍콩에서 조류와 접촉한 8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하면서 사람도 감염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인체감염이 가능한 이 바이러스가 흔히 지칭하는 고병원성(H5N1) AI다.

현재까지 동남아를 중심으로 14개국에서 379명이 발병해 239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1918~19년 세계적으로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AI 바이러스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한때 전세계가 'AI 공포'에 떤 적도 있다.

사람간 감염이되는 AI가 나타나면 세계적으로 740만명, 국내는 44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이처럼 AI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2005년부터 '조류독감' 용어를 AI로 대체했다.

◇인간 AI 증상은=사람 감염은 AI에 감염된 가금류의 타액이나 배설물을 통해 전염된다. 국내에서도 살처분 작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10여명이 감염됐으나 모두 '무증상'으로 확인됐다. '무증상 감염'은 노출 후 항체가 형성돼 건강 이상이나 전염 우려가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사람이 감염되면 고열과 전신열,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치사율은 5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최선의 예방책은 AI 발생지역에 가지 않고, 가금류와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AI바이러스는 섭씨 70도 이상에서는 죽기 때문에 가금류를 먹을 때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환기를 수시로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감염되면 스위스 로슈사에서 특허 생산중인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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