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많은 네티즌 "우리는 '명박하다'"

조철희 기자 2008.05.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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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명박하다'(상권 p2145, 두산동아 1999)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명박하다'(상권 p2145, 두산동아 1999)


"명박하다[명ː바카-] (형용사)운명이나 팔자가 기구하고 복이 없다"

취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국정운영의 난맥을 겪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네티즌들의 신조어다.

'오륀지' 파문, 청와대 인사파문, 한나라당 공천파문, 물가 급등, 미국산쇠고기 수입 논란 등에서 형성된 네티즌들의 이대통령에 대한 정서를 드러낸 단어다.



전임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유행했던 '놈현스럽다'와 달리 '명박하다'는 이미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표준어다.

공교롭게도 이대통령의 이름과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일치하면서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여론이 절정에 달한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단어를 '광우병 논란'에 빗대어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우리들은 참 명박하다"는 식으로 쓴다. 또다른 이들은 "우리는 명박해지지 말자"라고 쓰기도 한다.

이대통령에 빗대어 이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기원은 그의 서울시장 재직시절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청앞 광장 조성, 청계천 복원, 청계광장 조형물 선정 등으로 '불도저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6년 4월 몇몇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비판하며 '명박하다'는 단어를 이용해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이 '명박하다'의 뜻으로 제시한 것은 "공공성은 내팽겨진 채 자신의 취향대로 무조건 밀어 붙인다", "비판하면 비난하고, 비판자는 일단 배제한다", "1명의 취향을 1000만명이 억지로 감상하다" 등이다.

또 예문으로는 "시청앞 광장의 잔디가 참 명박하다", "청계천에 대한 비판을 명박하시오" 등이 제시됐다.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명박하다' 관련 게시물들↑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명박하다' 관련 게시물들
노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에는 '놈현스럽다'는 표현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이라크 파병 등 반여론적인 정책추진에 네티즌들은 노 전대통령의 이름을 변형시켜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는 뜻을 가진 '놈현스럽다'를 만들었다.

심지어 국립국어원이 2007년 10월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 사전에 이 단어를 실으면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네티즌들은 또다시 '국립국어원스럽다'는 신조어를 등장시켰다.

이밖에도 2003년 3월9일 노 전 대통령이 '검사화의 대화'를 가진 후에는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는 의미의 '검사스럽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최고 권력자를 비꼬는 말이 유행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면서 애증 섞인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최근 네티즌들의 공세에 촛불집회 불법규정, 괴소문 댓글 수사, 포털 규제 등 네티즌들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방식으로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 이는 또다시 네티즌들의 맹렬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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