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일년새 두배, 200달러 가나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5.0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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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욕상업거래소서 장중 122달러 돌파

국제 유가가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122달러를 돌파해 일년만에 두 배 가격이 됐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물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2.3% 급등한 122.73달러까지 뛰었다가 1.56% 오른 121.8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최고가는 지난해 5월 7일 마감가 61.47달러의 거의 두 배 가격으로, 일년만에 유가는 100% 뛴 셈이다.



유가는 달러 약세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지난주 금요일부터 최근 3거래일 동안에만 무려 9.32달러, 8%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6개월~24개월 안에 유가가 15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지난 5일 전망했다. 이 전망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연내 200달러까지 오르는 상황이다.



◆ 최근 급등은 수급+약달러+인플레우려

MF글로벌의 존 키덜프 애널리스트는 최근 급등에 대해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요 급증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원유 수요 증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 부족 우려, 이란과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정정 불안지역의 공급 불안감, 미국 정제소의 병목 현상 등이 한데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유가 최고치는 이란 혁명 발생 이듬해인 1980년 기록했던 101.70달러를 넘어섰다"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통화 6개에 대한 미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지수는 73.007로, 전일 73.190에서 하락했다.

WTRG는 여유(스페어) 생산량이 부족한 것도 최근 유가 강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임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어 생산량이 일 200만배럴로 낮다. 이는 정유 산업이 97%의 효율로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유 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그만 공급 우려에도 가격 불안이 자극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원유 탐사에 대한 투자 부족이 여유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여유 생산량이 일 300만~400만배럴로만 늘어나도 유가는 8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족집게 골드만은 200달러 예상



아준 N. 무르티가 이끄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팀은 5일자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2년안에 15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전망에 있어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정확성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리티가 200달러 전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무르티는 중대한 공급차질이 있을 경우 150~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전망은 보다 확신에 찬 논조였다. 무리티는 이날 보고서에서 "궁극적인 고점이나 고점이 유지되는 기간을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하다"면서도 "유가가 150~200달러로 오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시기도 향후 6~24개월 정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르티는 2005년 원유시장에서 '슈퍼 싸이클'과 같은 의미인 '슈퍼 스파이크'를 언급하며 강력한 유가 랠리를 처음으로 예상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2009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50~10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05년 평균 가는 56.71달러, 2007년 평균가는 72.36달러였다.

◆ 마켓워치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서 있지 말라"

마켓워치는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이 예상 보다 더 빨리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년 전에도 유가 100달러 시대가 곧 온다고 예측한 바 있는데 실제로 원유 시장은 골드만삭스의 예상 보다 훨씬 빨리 100달러 시대를 맞았다.

마켓워치는 "현재 원유 공급 대비 수요 증가세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6개월 안에 200달러를 맞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원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량은 한정돼 있고 원유 의존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생활 패턴을 바꿀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채권 시장의 수익률이 낮아 투기 세력이 상품에 베팅을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200달러 유가시대를 앞당기기 충분한 요인이다.



마켓워치는 올해 원유나 금, 곡물 같은 상품 만큼 투자 수익을 가져다 준 곳이 없으며 골드만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대를 예언한 것도 투자자들의 탐욕(greed)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현재 상품 시장에서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서 있지 말라"는 격언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이 달리길 원한다면 가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장의 잠재 펀더멘털을 근거로, 골드만삭스의 유가 200달러 전망에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 역시 없다고 전했다.

◆ EIA도 유가 전망 상향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평균 국제유가 전망치를 한 달 전에 비해 9달러 오른 배럴 당 110달러로 수정했다. 내년에는 이 보다 다소 낮은 103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IA는 고유가로 미국 내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수요증가로 인해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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