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부메랑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5.0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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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가격 상승과 약달러 재개는 예상치 못한 변수

호전된 경제지표는 더 이상 미증시 상승재료가 아니었다. 4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지수(52.0)가 4개월만에 처음 경기 상승을 의미하는 50선 위로 올라섰지만 미증시 상승을 이끌지 못했다.

지난주말 4월 고용자수가 예상(-8만명)보다 크게 개선된 2만명 감소로 발표됐지만 2일 미증시가 상승기세를 다소 상실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금리 인하 행진이 마무리되면 미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상품가격 상승세가 꺾일 것이고 경기 회복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120달러선마저 돌파하면서 지난달 28일 이후 1주일만에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구리가격도 장중 426.95달러까지 11.2%나 폭등하면서 2006년 5월부터 2년간 고점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는 400달러선을 돌파했다.



금값은 850달러 지지선을 깨지 못하고 이틀째 상승반전했다. 지난해 11월8일 기록했던 2007년 연고점(846.50달러)이 정확하게 지지되면서 다시 상승세를 재개할 수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상품가격이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CRB상품지수가 400선에서 지지를 받고 사상최고치(420선)를 향한 오름세를 재개하고 있다.

미달러도 강세기조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지난 2일 2월말 이후 처음 105달러선을 넘어섰던 엔/달러환율은 다시 104엔대로 밀렸다.
2개월간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73선을 돌파했던 달러인덱스가 다시 73선 밑으로 밀릴 경우 달러강세가 일단락될 수 있다.


여기에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끈 기업 인수합병(M&A) 재료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후 인수 제안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야후 주가가 15% 급락했다. 지난 1월말 19.18달러였던 야후 주가가 MS의 인수 제안 소식에 힘입어 28.38달러로 하루만에 48% 폭등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FC)의 인수를 철회하거나 주가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악재였다. CFC 주가는 10.4%, BOA 주가는 2% 하락했다.



신용경색과 경기둔화 위기에서 M&A 재료가 증시 상승을 이끄는 호재로 작용해 왔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다소 나아지는 듯한 국면에 이르자 섣부른 M&A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1500명 인원 감축 보도도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구조조정 노력으로 인식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을 사안이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을 다시 끄집어 내는 변수가 되고 있다.

미증시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구가하지 못한다면 중국 증시 상승반전도 큰 의미가 없다.



중국의 대미수출 비중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미국 경기 둔화가 현실로 굳어진다면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거듭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의 주된 목적지인 롱비치 항의 3월 화물 하역물동량이 10% 감소한 것이나 미국 1분기 내수가 91년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미국 소비 감소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연고점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최근 현·선물 동시 순매수에 나서고 프로그램 순매수가 지속되면서 베어마켓 랠리가 아닌 추세상승 국면으로 돌입했다는 진단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7조원을 넘은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는 언젠가는 털려야할 물량이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옵션만기일을 무사하게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미증시 방향이 하락으로 꺾인다면 외국인 순매도가 재개될 수 있고 베이시스 악화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 출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예상보다 좋았던 1분기 실적이 2분기까지 이어진다면 증시 상승세를 유지시키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적 이외에 글로벌 경기 상황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설사 연고점을 넘더라도 2000선을 넘어서는 대세상승이 재연되지 못한다면 한껏 부풀었던 희망이 약해지면서 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호재가 악재로 둔갑하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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