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 딜은 '외국계 잔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배성민 기자 2008.05.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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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을 숨쉬게 하자]<제1부>②숨통 조이는 역차별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진행된 대형 인수·합병(M&A) 딜은 거의 대부분 외국계 IB가 독식했다. 이는 외국계 IB가 국내 증권사에 비해 경쟁력 측면에서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정서적 역차별도 한몫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도적 역차별 못지 않게 정서적 역차별이 국내 증권사를 탈락시키는 핵심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IB를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하는데, 국내 증권사들엔 그 기회조차 없다"며 "국내 대형 IB 딜은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여기에서 국내 업체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대형 딜에서 공동 주관사라도 맡아야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 못믿는다며 외국계에 몰아주고 있다"며 "심지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시에도 국내사들에 기회를 별로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추진된 M&A 딜에서 주요 매물은 외국계 몫이었다. 외환은행 밥캣 에쓰오일 하이마트 하나로텔레콤 등 굵직한 딜은 골드만삭스, 씨티, JP모간 등이 싹쓸이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5대 대형 딜 중 3개를 거머쥐며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고, 지난달 산업은행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 관련 첫번째 딜로서, 이후 산업은행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잇따라 매각추진된다.

 H증권 IB 담당 임원은 "이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에는 외국계 지점에 대한 인가방식 중 자기자본 요건, 지점인가 절차, 인가유지 요건의 특례를 통해 선진 IB의 진입규제를 삭제하거나 완화했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국내 대형 IB 딜은 외국계 IB가 장악하고 국내 업체들은 한정된 중소형 IB 딜을 놓고 경쟁하는, 초라한 모습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총자산 규모는 글로벌 3대 IB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IB 경쟁력의 원친인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역차별마저 받고 있어 성장 자체가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행 이후 영국처럼 국내 IB가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의 경우 지난 1986년 금융빅뱅 이후 자본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제 금융센터로서 위상이 높아졌으나 증권사의 90%, 대형 IB의 50% 가량이 외국계 금융기관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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