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李 정권따라 '확' 바뀐 정부 광우병 입장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5.0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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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기술적 문제 vs 대국민 거짓말

-30개월 이상 소 안전성 입증 안 됐다더니...
-유전자 분석 해석도 정권따라 바뀌나
-미국 검역과정 불안하다더니 이젠 신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광우병을 바라보는 신·구 정권의 '이중잣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이를 "협상 기술상의 문제"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년 전에는 '180도 다른 결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5일 지난해 9월에 옛 농림부가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관련 대응 방안 검토(안)'을 공개했다.

이 자료는 "미국의 사료금지 조치는 특정위험물질(SRM)을 돼지, 닭과 같은 비반추 동물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아 교차오염이나 재순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 "30개월 이상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 추가 광우병 발생 우려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30개월령 미만 조건 요구가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다.


노무현 정부는 아울러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위험이 높은 소를 놓고 검사하고 있으나 정상 소는 검사하지 않아 실제 식용으로 공급되는 소를 검사에서 배제함으로써 식품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당시에는 최근 정부가 공식 해명에서 무시하고 있는 김용선 한림대 교수의 유전자분석 결과를 근거자료로 인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료는 "한국인의 '인간 광우병' 감수성이 높은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OIE 기준과 관계없이 모든 광우병의 SRM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 작업장에서 SRM 중 하나인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하게 내장 전체를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내용을 기초로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되자 검역중단 조치를 취해 수입 빗장을 닫아 걸었다.

민노당 강 의원은 "이번 쇠고기 협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입장 선회 왜?

강 의원이 공개한 정부의 대응방안은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받은 지난해 5월 이후에 작성됐다는 점에서 현재와 외부 조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지난해 9월 입장에서 대폭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최근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과 관련해 지난해 9월에 내린 판단과 전혀 다른 해명을 하고 있어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정부는 최근 김용선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해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민감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개연성을 100% 무시할 수 없지만 확률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30개월령 이상 소의 안전성과 대해서는 "30개월령 이상이라도 SRM 중 뇌와 척수를 제거한 동물사료를 쓰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검역과정이 불안하다"던 기존 입장은 "믿을만해 안전성이 보장된다"로 바뀌었다.

이 같은 입장 선회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당시 자료는 과학적으로 근거는 부족한, 수입을 막기 위한 협상용 카드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 때는 비과학적인 자료를 가지고 미국을 압박했지만 지금은 미국측 논리를 뒤집을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어 OIE 규정을 지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FTA의 미국 의회 비준과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미 등을 고려해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폭 양보를 했다는 의혹을 낳게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FTA 조기 비준과 한미 정상회담 등 정치적 일정은 쇠고기 협상에서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등 외부의 압력은 일절 없었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정부가 이처럼 해명하고 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대세다.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을 비교했을 때 '정권 교체'라는 대형 변수 외엔 상황이 변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로 우리측 수입 기준이 하향 조정됐다고 하면 납득하기 쉬울 것을, 과학적 기준을 앞세워 국민을 설득하려니 논리가 더 옹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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