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치란]장향숙 "안전장치"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5.0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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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향숙 의원실 제공ⓒ장향숙 의원실 제공


 장향숙 통합민주당 의원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소아마비를 앓았다. 지체장애인으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는 매달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든 장애인으로 장애인 권리찾기 운동에 투신했다.

 그가 국회의원이 되자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지난 2004년, 전동 휠체어를 탄 그가 국회에 입성하는 장면은 큰 화제였다.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1번이란 상징성도 그를 주목하게 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이 동정의 시선마저 거두지는 못했다. 장애인이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여전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자신 있었다. 그의 종횡무진 활약 덕에 17대 국회에서는 장애인 관련법이 상당수 개정되거나 새로 만들어졌다.

 장 의원은 장애인 복지법 전면 개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다문화가족지원법과 동물실험법 개정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이 아쉬움은 18대 국회 후배 의원들이 풀어야 할 몫이다.



 "조금만 개정하면 달라질 법들이 많아요. 보건복지위에서 노인 장기요양보험법과 같은 큰 이슈에 부딪히다 보니 그런 것들까지 세세히 살피진 못했어요. 18대 의원들이 잘 해주실 거라 믿어요."

 평생 휠체어에 의지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당당하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은 '깊은 긍정'. 그의 삶을 그대로 담았다.

 "저보고 당차다, 긍정적이다 그런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국회의원 장향숙이 장애인일 뿐, 장애인 장향숙이 국회의원이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4년 내내 많은 분들이 저를 인정하고 함께 해 주셨어요. 차별 받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의원으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에선 여느 의원들과 다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장 의원은 동등한 시선을 강조했다. 장애인이라고 차별 받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동정을 받는 것도 '과유불급'이란 얘기다.

 그에게 정치란 '안전장치'다. 갈등이 극대화하는 것을 막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믿는다. "정치는 일종의 안전장치이죠. 갈등이 커지면 비용을 크게 치러야 하는데 그런 일을 막아주니까요. 정치인들이 그 역할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장 의원은 17대 의원으로 임기를 마친 뒤에 아시아 장애인을 위한 연대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저서 판매수익을 토대로 외교통상부의 지원을 받아 이미 '골든 서클'이란 재단법인도 만들었다.

 "국회의원도 했으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더 멀리 아시아의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티모르, 미얀마, 베트남 등의 장애인들을 위해 교육, 예방의학, 재활훈련 보급에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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