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폰,이건희폰…없는것 빼곤다 있어요"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5.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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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my LIFE!]국내 최초 '휴대폰 박물관'을 연 이병철 관장

"문근영폰,이건희폰…없는것 빼곤다 있어요"


"이건 문근영폰, 저것은 탱크폰…"
 
지난달 19일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에 국내 최초의 '휴대폰 박물관'을 연 이병철(60·사진) 관장은 온갖 종류의 휴대전화 이름과 그 별명까지 줄줄 꿰고 있었다.

그는 기자를 포함해 방문객들에게 휴대폰 종류마다 일일이 설명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건 무슨 폰인지 아세요? 1000만대 이상 팔리면서 대히트를 쳤던 '이건희폰'입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감성적인 디자인을 주문해 둥그스름하게 만들었죠."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이 관장은 '이건희폰'에 대해 "따뜻한 조약돌을 손에 쥔 듯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휴대폰"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관장은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 등에서 30여년 간의 기자생활을 마친 후, 자비를 털어 지금까지 모은 1200여점의 휴대폰으로 박물관을 열었다. 그는 전 세계에 몇 대만 존재하는 한정출시 제품 뿐 아니라 오래돼 희귀한 제품들도 백방으로 수소문해 찾아다녔다고 했다. 심지어 외국에서 관세를 물고 사온 것도 있다.
 
이같은 열정 덕분에 덩치가 커 '망치폰'이라는 별명이 붙은 세계 최초 휴대폰에서 최근 나온 터치폰까지 웬만한 제품은 대부분 전시돼 있다. 카메라를 장착한 '빨간눈폰', 각진 네모형의 '깍두기폰', 냉장고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냉장고폰' 등 박물관에는 눈에 익은 휴대폰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문근영폰,이건희폰…없는것 빼곤다 있어요"
그에게 왜 굳이 휴대전화를 모으기 시작했냐고 물었다. "예전에 집사람이 쓰던 핸드폰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어요. 애착이 가던 물건이라 같은 것을 찾기 위해 청계천 일대를 몇달동안 뒤졌는데 결국 못찾았습니다. 그때부터 '예전 휴대폰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구나'하는 위기의식을 느껴 수집하기 시작했죠. 수천년 전 유물은 귀중히 보관되는데 불과 6~7년 전 휴대폰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세계 일류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휴대전화의 역사를 누군가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이 관장은 휴대전화의 역사는 짧지만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지금부터 꼼꼼하게 보존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개인의 능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휴대전화의 역사를 보존하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너무 비싸서 못사온 것도 있고 수집가들의 장롱 속에 꼭꼭 숨어 구하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기업이나 국가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휴대전화 하나라도 더 수집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의 꿈은 뭘까. "사람들은 박물관 하면 예전 것, '아날로그'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진열만 해놓은 박물관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비주얼한 측면을 살려 재미있는 관람할 수 있는 '디지털형 박물관'을 꼭 한번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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