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촛불' 이틀째 불타오르다

박종진 김경미 기자 2008.05.03 23:12
글자크기

美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2만여명 운집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3일 저녁 수많은 촛불이 전날에 이어 청계천을 덮었다.

이날 오후7시부터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는 자발적으로 나온 2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로 이뤄졌다. 시민들은 '미친소 너나 먹어', '미친소를 청와대로' 등에 구호를 외쳤다. 아리랑을 부르기도 하고 함성도 질러 청계천은 열기로 가득 찼다.

청계광장에 마련된 단상에는 고등학생, 주부, 대학강사 등이 줄이어 올라 '자유발언'을 했다. 심장이 좋지 않다고 밝힌 한 여학생은 연단에 올라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치료비가 없어 더 살아보고 싶은데 죽을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갖가지 피켓도 등장했다. '될때까지 모입시다! 미친소를 넘고 대운하를 넘어', '살려고 나왔다 살려면 나서자' 등이 적힌 붉은색 전단을 일제히 들기도 했다. 종이박스를 오려 '울 형아가 짬밥 먹기 싫대요', '2MB때문에 술 못 끊겠다 대책 마련해라'는 구호를 써서 나온 젊은이들도 있었다.

청계광장에서 저녁 7시부터 동시에 열린 진로 주최의 '좋은 소리 FESTA 캬~'가 음악을 대형스피커로 틀었지만 시민들의 열기는 이를 덮었다.



이날 특히 두드러진 참여계층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아이를 업고 걸리며 나온 젊은 어머니들이었다. '교복부대'와 '엄마사단'이라 할 만했다.

한 고등학생은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이렇게 정치에 신경 쓰게 하는 정권은 잘못된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젊은 주부들은 "학교 급식을 먹게 될 우리 아이의 문제이기에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 "미래를 살아야 할 어린 딸이 무슨 죄가 있느냐.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시민들이 가득 모인 청계광장 인근에는 '다함께'라는 사회단체가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국민선언'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당원들도 나왔다.


한편 경찰은 오늘 촛불문화제를 "문화제가 아닌 집회의 성격을 띄고 있다"며 불법집회로 규정했다. 경찰 방송차량은 종로경찰서장 이름으로 "여러분은 지금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 즉시 해산해달라"고 연이어 경고방송을 했다.

경찰은 8시가 넘자 "일몰 이후에 집회는 불법이다. 중고생 여러분은 집으로 돌아가달라"고 재차 경고했고, 시민들은 '평화시위'를 외치며 경찰에 야유를 퍼부었다. 일부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것은 합법이고 시민들이 뭐라 그러는 것은 불법이냐"며 성토했다.

촛불문화제는 밤 9시를 넘어 끝났다. 시민들은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해산했다. 일부 시민들은 남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오는 6일 오후7시 또 촛불문화제를 갖기로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