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부대'와 '엄마사단'이 분노의 촛불 들었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5.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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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이끈 이들은 '교복부대'와 '엄마사단'이었다.

3일 오후7시 전날에 이어 열린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의 촛불시위에는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과 아이를 업고 나온 젊은 어머니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는 한 학생은 청계천 소라광장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중간고사가 아직 안 끝나 지금 독서실에 있어야 하는데 나왔다"며 "학교 급식업체들이 미국산쇠고기를 몰래 넣어도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심장이 좋지 않다고 밝힌 한 여학생도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치료비가 없어 더 살아보고 싶은데 죽을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에 응한 한 고등학생은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이렇게 정치에 신경쓰게 하는 정권은 잘못된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유치원생 꼬마의 손을 잡고 자리를 지킨 한 주부는 "학교 급식을 먹게 될 우리 아이의 문제이기에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5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 미아동에서 온 강성미(36)씨는 "광우병 위험 뿐만 아니라 공기업들과 건강보험이 다 민영화되면 가스, 전기요금이 오르고 병원비가 비싸진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머슴같이 한다더니 갈수록 서민과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를 살아야 할 어린 딸이 무슨 죄가 있느냐.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엄마'들은 '해피마미 임신과 출산육아', '짠돌이' 등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들이 많았다. 이 두 카페의 회원을 합치면 100만명 가까이 된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카페 회원은 "카페에서 엄마들 사이에 요즘 이 문제로 말이 많다"며 "전국 엄마들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이들을 비롯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에 의해 이뤄졌다. 시민들은 '미친소 너나 먹어', '미친소를 청와대로' 등에 구호를 외쳤다. '아리랑'을 부르기도 하고 함성도 질러 청계천은 열기로 가득찼다.

이들은 오후9시경 자진해산했으며 오는 6일 오후7시 다시 모일 것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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