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주 후 찜질방에서 사망은 '재해'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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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재해보상금 지급해야...

술에 취해 찜질방에서 잠을 자다 숨진 것은 '재해'에 해당, 보험사는 재해 보상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찜질방 불가마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의 유족 B씨 등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한 보험회사와 재해보험 등 5개의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보험의 약관에서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재해분류표에 명시돼 있는 사고를 의미한다"로 규정됐다.

약관에는 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경우 외부요인은 우발적 외래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가 추가됐다.



A씨는 2004년 5월 불가마실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부검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24%의 만취상태였지만 사망원인은 "해부학적 사인은 불명이나 급성심장사의 가능성이 추정됨"이라는 부검의 의견이 나왔다.

이에 보험회사는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아니라며 일반 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불가마실에 갔다가 음주행위와 고온의 밀폐된 공간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인해 사망했고 이는 재해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해사망보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불가마실에 갔다는 '외부요인'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고, A씨가 다른 우발적 사고로 사망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에 재해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게 1.2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결했다.

대법원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고온의 밀폐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자면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돼 저혈압 또는 부정맥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추단된다"며 "사망원인이 불명확해도 이들 요인은 사망에 이르게 한 '외부요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보험약관에 있는 '우발적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봐야한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는만큼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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