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촛불, MB의 청계천을 뒤덮었다

박종진 조철희 기자 2008.05.0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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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광우병 공포' 1만명이상 몰려

ⓒ최용민 기자ⓒ최용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청계천이 성난 시민들로 뒤덮였다. 2일 저녁 7시, 1만여명 이상의 인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려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주위로 몰려 들었다.

 이 문화제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안티 이명박' 까페가 주축이 됐다. 이날 행사의 정식 명칭은 '미국산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 별칭은 '미친 소! 너나 처먹어라!'다.



 인파는 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11빌딩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인도 양쪽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시청 방면으로도 프레스센터까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앉았다. 참여자들은 손마다 촛불을 든 채 어두워진 청계천을 밝혔다.
 
'너나 먹어 미친소' '이명박은 그만해' '이명박은 물러나라' '탄핵, 탄핵' 등의 구호가 쏟아졌다. 간간히 함성도 터졌다. 일사분란한 노동집회와 달리 운동가요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최용민 기자ⓒ최용민 기자
깃발이 거의 없다는 점도 노동집회와 다른 점이었다. '안티 이명박' 카페의 깃발만 몇 개 나부낄 뿐이었다.
 
10∼20대 젊은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이번 촛불 문화제의 특징이었다. 시위문화에 익숙한 386이 떠난 자리를 1980∼90년대에 태어나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자라난 10∼20대가 채웠다.
 
특히 '교복 부대'가 두드러졌다. 중·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함께 나온 듯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십 명씩 모여 앉은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전화를 걸어 친구를 불러 모으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는 500여명 가까운 청소년들이 흰 가면을 쓰고 앉아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10대들로 구성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미친소닷넷(michincow.net)' 회원들이라고 소개했다.

ⓒ최용민 기자ⓒ최용민 기자
한 회원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교복을 입은 몇몇 학생들은 "우리가 왜 그런 위험한 쇠고기를 먹어야 되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들과 50대 이상 장년층도 적지 않았다. 아이를 업히고 걸리며 나온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7살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우리 아들의 문제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한 30대 남성은 "정부의 해명 따윈 관심도 없다"며 "무슨 말해도 안 믿는다. 수입협상이나 당장 취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강전호(37) 공동부대표는 "우리는 생존권을 되찾아 달라고 저항하는 것"이라며 "4월19일부터 소규모 집회를 열어왔으며 자금은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8시를 넘기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몰려들어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 '다음 아고라(agora.daum.net)의 '이슈청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온라인 서명에는 이날 오후 9시 현재 참여자가 63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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