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정조 '이산'이라면 해법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8.05.02 10:30
글자크기

[S-레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옵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광우병 위험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좋은(?) 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욕구가 꿈틀거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좋은 고기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물가상승으로 얇아질 대로 얇아진 지갑에 도움이 좀 될지도 모르죠.

논란이 뜨거운 사안이니 잠시 에둘러 갑니다. 한우를 키우는 축산농가와 잎담배를 재배하는 농가를 비교해 보는 것으로 말이죠. 담배회사의 국가대표격인 KT&G (88,000원 0.00%)는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라 할 만한 1분기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9% 늘었지만 순익은 50% 증가(영업익은 32%)했습니다.



해외 수출이 잘 된 탓도 있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KT&G의 원가(잎담배 구대) 절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올해는 KT&G가 국산 잎담배를 전량 수매하지 않기로 한 첫 해입니다. KT&G와 잎담배 재배농가 등은 지난 2002년 '국내 잎담배 전량 수매'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협약이 만료됐기 때문이죠.

KT&G는 앞으로도 비용을 줄여갈거고 고정 고객(열렬한 끽연가)이 있는 만큼 이익은 안정적으로 늘 겁니다. 배당금 증액,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확대를 공언해온 KT&G니 주주들은 행복해 할 일입니다. KT&G의 외인 주주 비중은 52%에 달합니다.



문제는 잎담배 재배농가입니다. 잎담배 재배농가는 2003년 2만1600여가구에서 지난해 1만가구 밑으로 줄었고 경작면적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예전 KT&G가 전매청이던 시절 할아버지가 고향마을 강 건너 텃밭 가득 잎담배를 가꾸고 구부정한 등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담배를 말리고 수매해 목돈을 만지던 기억도 아스라한 추억이 될 겁니다.

다시 쇠고기 얘깁니다. 쇠고기 수입 소식만으로 산지 소값은 추락했습니다. 우리가 광우병에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고 소뼈를 우려낸 국물을 즐기는 식습관 등에 대한 걱정도 여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축산 농민 사랑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즉흥적이긴 했지만 소방법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관련 규정 개정을 지시할 정도니까요.

바보상자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TV를 보며 꿈을 꿉니다. 드라마 이산 애깁니다. 민심 기행에 나선 이산(정조)는 면화밭을 태우는 사람들을 보며 진상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평생 면화를 키우는 것을 천업으로 살아온 저들이 지금 당장 호구지책을 잃게 되었네. 이곳의 면화는 당분간 내수사에서 사들일 것이니 청나라의 면화에 맞서 그 품질을 높일 방도를 함께 찾도록 하라"고.

농촌의 형제.자매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자와 자식들이 있는 지금 대한민국보다 TV 속 임금이 현실이었으면 하고 바랄 겁니다. 그들 덕에 곡물값 상승에도 끄떡없는 쌀밥을 먹는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수입산 잎담배를 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멀뚱멀뚱 외면할지 모릅니다.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며 민심은 부글부글하는데 '안전한데 왜 그러냐'고 되뇌이는 정부 등을 보니 어느 오락 프로의 유행어(꽁트는 꽁트일뿐)처럼 현실은 현실이고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인가 허탈해집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