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끝났다" 낙관, 3년 일찍 꾸는 꿈?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5.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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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이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45억달러로 늘리는 등 대형 투자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신용위기가 진정됐다는 안도감이나 금융주 랠리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미국 경기 약화와 주택 시장 조정이 계속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쌓여가고 있을지 모르는 부실 채권을 자칫 시장이 무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는 베어스턴스가 문을 닫은 후 신용위기가 일단락됐다는 낙관론이 제기되며 최근 은행주들이 상승했다. 24개 은행주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KBW 은행지수'는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 발표 다음날부터 지난달 30일까지 10% 급등했다.



모간스탠리의 벳시 그라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순익 레벨이 정상으로 복귀할 것이란 낙관은 3년 정도 이른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의 자금 조달은 전환점을 찍기까지 갈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대형 은행들의 추가 자금조달과 배당금 삭감 등의 조치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낙관론자들 사이에선 이런 우려가 지나치다는 얘기도 있다. 자금조달은 시장 안정화 속에서 은행들이 누릴 수 있는 기회이며 신용위기를 통해 인수 기회가 많아진 것도 월가에는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UBS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씨티그룹이 추가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아직도 우리 앞에 역풍(headwinds)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간의 자금 조달도 희망 보다는 암울함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1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신용 위기가 끝났다"고 말한지 불과 몇 시간 뒤 60억 달러, 사상 최대 규모의 영구우선주 발행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JP모간이 발행한 우선주는 10년 동안 7.9% 고정 금리를 지급하는 것으로 10년만기 미 국채 4.19%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한 조건이다.

60억달러라는 금액은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모집 규모로 볼 때 JP모간 역사상 가장 많다. 여기에다 고정금리 7.9%는 비싼 수준으로, 이자 지급만 1년에 4억7400만달러가 필요한데 이 금리로 3년간 이자를 지급할 경우 베어스턴스를 살 수 있다.

JP모간의 1분기 실적이 양호했다는 판단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씨티그룹도 마찬가지다. 씨티는 지난 21일 우선주 발행을 통해 60억달러를 조달한지 일주일만인 29일 30억달러를 새로 조달하겠다고 밝혔고 하루 후에는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15억달러 더 늘린 45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리 크리덴든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개장전 "투자자들이 신주 발행분에 대해 강한 수요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주식 발행 규모를 30억달러에서 45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주당 25.27달러에 1억7808만주의 보통주를 추가로 발행하게 된다.

씨티그룹의 자금 압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점점 더 무게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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