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와인·동물…'별난 투자처' 많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5.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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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국내·외 혁신 금융상품

최근 수년간 펀드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각종 이색펀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실제 내용이 겉포장과 달랐고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다시 '주식형펀드'로 추세가 돌아섰지만 작년 말 이후 증시가 급락한 뒤 대부분 펀드는 본전도 찾지 못하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요즘 선택의 폭이 무척 좁아졌음을 느낀다. 항상 잘 나가던 미래에셋의 펀드들이 하락장에서 가장 손실폭이 컸던 탓에 다른 운용사의 펀드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이거다' 싶은 펀드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런 때일수록 다양한 투자자산과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기투자' 관점으로 본다면 주식, 채권 등 어느 한 자산에 마냥 돈을 묻어두면 계속 수익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해외에서 운용되고 있거나 향후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혁신상품'을 알아봤다.



◆주식·채권으로 '환차익'만 노리는 펀드

얼마전 환율 급변동으로 한달 사이에 '환헷지' 여부에 따라 펀드간 수익률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환헷지란 해외에 투자할 때 환율의 변동으로 입게 될 환차익 혹은 환차손을 줄이거나 없애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변동폭이 크지 않아 주식보다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증시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무척 어려워졌다. 과거 1년간의 상승률을 반납할 만큼 급락했으니 가격으로만 보면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애당초 이만큼 하락할 것을 예측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어 요즘은 반등 전망이 눈에 띄게 줄었다.
환차익·와인·동물…'별난 투자처' 많네


중국경제의 위기론도 제기되고 여전히 중국 중심의 성장론은 불변이라는 주장도 엇갈린다. 상하이종합지수는 하루 하루 변동폭이 코스닥의 개별 종목을 보듯 극심하다.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전망은 연말까지 최소 5~10% 절상이 예상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그렇다면 위험한 중국주식을 사느니 중국 위안화에 투자해 5~10%의 안전한 이득을 취하는 선택도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으로 위안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로 추정되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최소 850억위안이 유입됐다고 추산할 정도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머크(Merk)는 4월 초 달러 약세의 반대급부로 아시아 통화강세시 이득을 얻는 '아시아 통화펀드'를 내놨다. 머크는 '달러를 팔고 유로를 사는' 전략으로 지난해 10%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악셀 머크 펀드매니저는 "중국에 투자할때 비싼 주식을 사지 말고 위안화에만 투자하라"고 권한다. 작년 말 고점을 지날때 이미 주식, 부동산 등 중국의 모든 자산가격이 상승했지만 위안화 가치만큼은 이를 뒤따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환펀드'가 없다. UBS운용이 비슷한 구조의 펀드를 룩셈부르크에 설정할 것을 검토 중이지만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그나마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은 템플턴자산운용의 '템플턴글로벌채권펀드' 정도다. 이머징마켓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는 '환차익' 덕분에 연수익률이 10%대에 달한다.

◆지적재산권…장기투자용 최적의 자산

특별자산에 속하는 '지적재산권'은 최적의 장기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CJ자산운용이 특허권이 침해된 의혹이 있는 기술을 인수한 뒤 소송대행으로 이득을 취하는 펀드를 출시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지적재산권'을 제대로 활용하는 펀드는 없는 상태다.

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드라마 등 작품에 투자해 일정기간 동안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갖는다. 그러나 잠재적으로 더 큰 이익은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을 장기간, 다량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프리미엄'이다.

네덜란드 최대 연금관리기관인 APG인베스트먼트는 수탁고의 0.2%(약 4억유로)를 '혁신상품'에 투자하는데 그 대상에는 음원이 포함된다. 최근 마이클 프리드랜더 아시아투자담당 CFO는 "'베이비 원 모어 타임'(그룹 쥬얼리의 최신곡) 같은 음원저작권을 가진 업체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지적재산권은 향후 유망한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한 방송사는 MBC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이는 같은 지상파방송인 SBS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인데 오랜 기간 쌓은 방송물의 지적재산권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는 "'겨울연가'는 1조원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한 지적재산권이어서 단순히 드라마 한 편으로 접근한 국내업체들보다 이 가치와 활용방법을 잘 알았던 NHK가 얻은 이득이 훨씬 컸다"며 "가치평가와 운용노하우를 갖춘다면 지적재산권은 향후 유망한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인·동물분양·프랜차이즈…'돈 된다면 뭐든지'

펀드는 '돈이 된다면 뭐든지' 투자할 수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이 다수를 차지할 뿐이지 일반 투자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모펀드는 투자대상과 운용방법이 다채롭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신의 물방울' 펀드는 와인에 대한 관심과 세계적인 와인수요 증대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정작 운용방식은 와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였다. 물론 원자재주식형펀드가 원자재값 상승을 뒤따르지 못했던 것처럼 와인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손실만 입고 있다.
환차익·와인·동물…'별난 투자처' 많네
100대 고급와인을 종합해 산정하는 리브엑스100지수는 1년간 34%나 급등했다. 와인에 제대로 투자하려면 이런 고급와인을 사서 보관하거나 혹은 지수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이들 와인을 직접 구매해 보관한 뒤 매각하는 펀드가 최근 등장했다.

'도이치DWS프레스티지와인사모실물신탁', '한국사모그레이트빈티지와인특별자산투자' 등은 작년 11월 사모펀드로 만들어져 130억원 가량의 자산으로 고급와인을 사들였다.

압구정동의 A씨는 지인들과 돈을 모아 순종혈통의 고양이나 개를 분양하는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동물병원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분양되는 동물들이 건강상태나 혈통 등이 불분명하고 부유층 고객들의 수요가 크다는 점에 착안했다.

아파트를 빌려 에어컨 등 시설을 구비하고 1년에 3~4차례 새끼를 분양해 1년 만에 원금을 회수했다. 그는 자금운용의 투명성과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동물분양 전문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구상중이다.

한 증권사의 강남지점 PB는 "자산가들은 사모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 금융주에 투자하는 펀드 등 일반 공모펀드가 이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는데 관심을 기울이면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독특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펀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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