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홈에버, 긴급 수혈 받았다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08.05.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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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모펀드로부터 4천억 유치..급한 불 껐지만 실적 개선이 관건

재정난에 허덕이던 홈에버가 긴급 수혈을 받게 됐다. 혈액 제공자는 유럽의 대형 사모펀드인 퍼미라펀드다.

홈에버를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1일 퍼미라펀드로부터 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외자유치를 추진해 온 결과, 이번에 성과를 얻게 된 것.

이번 투자유치 방법에 대해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아직 양해각서 수준이라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일단 현재 발행돼 있는 부채 성격의 지분을 해당 기관으로부터 회수해 퍼미라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투자유치가 완료될 경우에도 이랜드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의 지분율은 현재 50.9%에서 달라지지 않게 된다. 다만 퍼미라펀드가 49.1%의 지분을 확보해 2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경영권 역시 이랜드측에서 유지하고 퍼미라는 사업파트너로서 경영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자유치를 모색해 왔다. 실적부진에 따른 자금난과 높은 부채비율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시티그룹이 주간사를 맡았고 베어앤컴퍼니가 회사의 분석을 담당하는 등 이른바 '홈에버 리파이낸싱'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퍼미라로부터 약 400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게 된 것이다.



2008년 3월말 현재 이랜드리테일의 부채비율은 696%에 이른다. 회사측은 이번 자본유치가 성공해 상환할 경우 부채비율이 25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비용이 큰 부채 위주로 약 3400억원 정도를 일시에 상환해 이자비용을 연간 220억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경우 실적 개선 효과까지 이어진다. 물론 매출액과 영업수지와는 관련이 없지만 이자비용이 감소해 경상수지와 당기순손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이랜드그룹의 경영개선 프로젝트의 첫 단추인 이랜드리테일의 외자유치가 일단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홈에버의 기업공개 등 이후 계획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랜드그룹은 오는 2011년을 목표로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랜드리테일의 실적 개선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이랜드리테일의 지분을 소유한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은 큰 지분법평가손실을 입었다.

이같은 실적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번 외자유치는 병의 원인은 제거하지 않고 고통만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 역할에 그칠 수 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퍼미라펀드의 과거 투자 사례를 보면 경영노하우 전수 등을 통해 투자한 회사의 가치를 높여 왔다"며 "이번에도 퍼미라펀드가 축적한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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