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해진 버냉키..'깜짝쇼'는 없었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5.01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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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p금리인하...코너 몰리던 버냉키, '중립' 여유 계기

'깜짝쇼는 없었다'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미 연방준비위원회(FRB)가 30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다.
FOMC에 앞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상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자신감과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를 노릴수 있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버냉키 의장은 '모험'을 피하는 쪽을 택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마디로 발등에 불을 끄느라 중앙은행의 권위와 체면에 대한 손상도 감수하면서 정신없이 이쪽저쪽을 틀어막아왔다.

지난해 9월 처음 금리인하를 시작후, 연초에는 긴급 FOMC까지 열어가며 8일만에 1.25%포인트 금리를 내리는 등 6개월만에 2.25%포인트 금리를 내린바 있다. 또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시장에 퍼붓고, 중앙은행이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베어스턴스를 JP모간에 '강제결혼'시키기도 했다.



◇ 통화완화 + 유동성, 성장기여 낙관

금리인하 결정과 함께 발표된 이날 FOMC 성명은 한결 여유를 찾은 연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게 시장의 반응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지금까지의 진행돼온 통화 완화정책이 시장유동성 증대를 위한 조치들과 더불어 견조한 성장에 기여하고 경제활동에 미치는 위험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낙관했다.


긴박한 경제상황을 반영, '하강위험(downside risk)' '적기에(timely)' 등 최근 금리인하 성명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표현들을 성명서에서 제외시키면서 문투도 상당부분 완화됐다. 대신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는 빼놓지 않고 걸쳐 놓음으로써
금리인하 압력을 해소시키는 장치로 활용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9월 이후 공개시장위원회가 끝나자마자 추가금리 인하에 대한 월가의 기대와 압력에 직면해왔다. 0.25%포인트 금리인하와 중립적인 통화정책 선회 시사에도 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 않은 점은 향후 연준의 정책 결정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을 상징한다.
금리결정을 앞두고 대폭적인 금리인하보다는 0.25%포인트 금리인하와 '중립선회'가 오히려 시장에 안정감을 줄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돼 왔다.



◇경기 지표 '최악'은 면해..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려있어

금리결정을 앞두고 발표된 경기지표들이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도 연준의 금리결정에 자신감을 줬던 것으로 월가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의 경우 전분기와 동일한 0.6%를 기록, 월가 전망치 0.2%를 웃돌았다. 내수보다는 재고증가와 수출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침체(recession)'우려를 경감시키는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여전히 소비증가율이 2001년 이후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고, 주택건설이 2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지표는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중립선회'시사는 당분간에 국한되는 것이며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언제든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악화일로를 걸어온 경제 상황으로 인해 코너에 몰리던 버냉키 의장이 이번 금리 결정으로 '중립지대'에 머물면서 통화정책 효율성의 극대화를 노릴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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