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끼리 다단계 성폭력 '충격'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4.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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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범람이 부른 예고된 '재앙'..."근본대책 마련 시급"

일산 초등학생 성폭행 미수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구에서 초등학생들의 '다단계 피라미드형' 성폭력 사건이 발생,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어린이들이 각종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성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지역 교원·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날 오전 대구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음란물에 노출된 아이들이 학교폭력과 성학대를 집단적으로 행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이번 성폭력 사건의 발단은 작년 1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 내에서 학생들이 성적인 행위를 따라하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조사를 실시하자 이 같은 행위가 학교 운동장, 공터, 놀이터 등 학교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케이블TV 등 음란물에 노출된 남학생들이 음란물에서 본 구강삽입, 항문삽입 등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물론이고, 5~6학년 상급생들은 하급생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시키기까지 했다.

성폭력을 당한 하급생은 다시 다른 아이들에게 똑같은 학대행위를 시키는 등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며 다단계 피라미드처럼 피해는 확산됐다.

해당 학교는 언론 노출을 우려, 대구시교육청, 경찰, 관련 시민단체 등과 자체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심리치료와 예방교육 등을 병행해 왔으나 그 사이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았고, 끝내 이 초등학교 여학생 3명이 지난 21일 윤간을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방경찰청은 같은 학교 남학생과 인근 중학교 남학생 등 가해자 10명을 조사 중이다.

공대위는 아이들의 상담을 토대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수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대구시교육청은 부풀려진 숫자라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는 3명, 가해자는 10명선이고 성폭행보다 성폭력에 가깝다"며 "상담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성기를 만지고 똥침을 놓는 성추행까지 모두 포함이 돼 숫자가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성무 전교조대구지부 연대사업국장은 "고발된 건만 13명이고 실제 피해규모는 알려진 100여명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고 반박했다.

임 국장은 "다단계 피라미드에 성폭력이 가미됐다고 보면 된다"며 "한 두번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일어난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했다.

파문이 커지자 대구시교육청은 이날 뒤늦게 해당 학교 등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대위는 교육청과 경찰이 지난 2월에 첫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지난 11월에 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상담, 음란물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렇게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수차례의 보고를 차단한 교육청과 미온적 수사로 일관해 온 경찰은 구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이 아동인권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해당 학교에 대한 전문상담가의 상담과 치료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전체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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