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치란]정화원 "밑빠진 독"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5.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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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치란]정화원 "밑빠진 독"


"안 보이는 내 눈에도 보이던데요."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은 시각장애인이다. 6·25 전쟁통에 눈을 다쳤고 19살에 시력을 잃었다. 방황 끝에 그는 침술을 익혀 부산에 정착했다.

"대개 장애를 당하면 죽고싶다는 생각밖에 안해요. 저도 그랬지만 못죽을 바엔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려고 보니 장애인에게 현실은 모순이었다. 맹아학교에선 침술을 가르치지만 시각장애인의 침술행위는 불법이었다. 이에 정 의원은 장애인 권익보호 활동에 투신키로 했다. 시각장애인협회 부산지부장을 18년 지냈고 장애인신용협동조합을 창설했다.

4년 전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보이지 않는 그에게 우리 정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밑빠진 독과 같더군요. 아무리 부어도 남지 않고 부어도, 부어도 표시가 별로 안나요. 정말 열심히 하는 의원들이 내 눈에도 보이는데 잘 알려지지 않고 대충 해도 잘 하는 것처럼 알려진 사람들도 있어요."

그의 말에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장애인의 목소리를 장애인이 직접 대변하겠다며 정치판에 뛰어든지 4년. 물론 성과는 있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했고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했다. 단독 발의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도 애착이 간다.

하지만 아쉬움이 더 크다. 장애인 기초연금법은 국회에서 발이 묶였다. 공직 10%를 장애인에게 의무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논의는 유야무야됐다. 장애인 액화석유가스(LPG) 개별소비세 폐지 방안이 당정간 힘겨루기끝에 난항을 겪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각종 법안보다 더 큰 좌절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각이다. 그는 당 대표 비서실장이 될 뻔했으나 '결제나 제대로 하겠느냐'는 주장에 밀려 뜻을 접었다. 시각장애인이 장관과 주지사를 맡아 활동하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는 그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로잡는데 평생을 바칠 각오다. 18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의원을 그만 두게 되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의정활동을 방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심청전 속에 나오는 심봉사를 보세요. 동냥 다니고 뺑덕어멈에게 당하고 딸을 팔아먹고…. 심봉사 사례를 포함해서 사회 곳곳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많아요. 하나하나 고쳐가야지요."

△경북 상주(60세) △한국맹인복지연합회 부산지부장 △부산점자도서관장 △부산장애인총연합회장 △부산시민운동단체협의회 대표 △한나라당 부산시 부위원장 △17대 국회의원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동아대 사회학 명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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