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론스타, 외환銀 계약 연장 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4.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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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주 조기 해지' 조항은 정부 압박 카드?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HSBC가 29일 외환은행 (0원 %) 매매 계약 연장에 합의한 것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정부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등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곧 이를 둘러싼 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계약 파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왜 연장했나 = 론스타나 HSBC 모두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2년반 동안 자금이 묶여 있는 론스타는 한국내 자산을 빠른 시일 내 처분해야 하는 처지다. HSBC와 계약을 파기한 뒤 새로운 원매자를 찾으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5년간 서울은행, 제일은행 인수에 나섰다 고배를 마셨던 HSBC 역시 외환은행 인수 계약 기한이 만료됐다고 해서 쉽게 한국시장을 포기할 처지가 못된다.



더구나 그간 매각 승인을 보류했던 금융당국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수차례 "빠른 시일내 처리"를 강조했다.

'법적 불확실성'만 내세우며 수동적인 자세만 고수했던 참여 정부 때와 달리 "법원에서 계기를 마련해주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외환은행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당국의 태도 변화도 계약 연장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3개월로 정부 압박?=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항소한 상태다. 금융계 안팎에선 이 사건 2심 판결이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측이 계약을 3개월 연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이 상고심까지 옮겨져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 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에 대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2심 결과에 대해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해도 같은 조치가 가능하다.

론스타와 HSBC는 6월말까지 계약 연장을 한 뒤 7월1~7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 때까지 우호적인 신호를 보여달라는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의 1심 선고는 올 연말쯤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서 유죄 판단이 나오면 매각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어 파장이 주가조작 사건보다 클 수 있다. 전 위원장이 "법적 해결 없이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계약파기 가능성은= 양측은 빠르면 6월말, 늦어도 7월말까지 매각 승인과 관련해 법원이나 금융위에서 의미있는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 계약 파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론스타는 자금회수 욕구가 강한 상태다. 다른 인수 대상자를 물색하거나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없는 '지분 쪼개 팔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HSBC 역시 수조원대 인수자금을 마냥 한국시장에 묶어 놓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룹에서 5년간 한국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수도 있다.

계약이 파기되고 론스타가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경우 국민·하나 은행 등 국내 은행에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언제든 준비가 된 상태'라며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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