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2008.04.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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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 개그 코너에 '달인'이라는 프로가 있다. 항상 16년 간 무엇만 연구했거나 연마한 달인이 소개되지만 막상 시범을 보이는 순간 엉터리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개망신 당하면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는 컨셉트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모든 것이 애매모호할 때 수 십 년간 투자만 해온 투자의 달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침 미국 '포천'지에(4월 28일자) 투자의 달인들과의 인터뷰 기사가 났다. 먼저 무림계(?)의 최고 고수인 오마하의 현자, 워렌 버핏부터 만나보자.



그는 작금의 금융위기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Nobody knows who is doing what)에 과도한 레버리지를(가령 베어 스턴스는 자기 자본의 30배, 골드만 삭스도 유사한 부채비율을 활용해 각종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음) 이용해 투자한 월가의 리스크 통제기능의 상실에 있다고 진단한다. 물론 근본적인 배경에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투기 바람이지만 이는 시장의 본질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생리상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자기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이나 기업에 절대 투자하지 않으며 거시 경제 변수나 시장의 움직임을 절대 참고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미국 주가가 3년 전에 비해 싸진 것은 분명하고 미국 산업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장래는 여전히 밝다고 덧붙이면서.



그러나 개인들은 가능하면 직접 주식을 사지 말라는 충고를 한다. 개인들이 군중심리를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어리석은 결정을 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주가 인덱스를 적립식 개념으로 매수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워렌 버핏과 동갑내기 이면서 1969년부터 2000년 은퇴할(작년에 다시 컴백했음) 때까지 무려 년 평균 30% 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한 헷지 펀드의 달인 조지 소로스는 최근 고민이 많은 듯하다. 작년 달러를 매도해 엄청난 차익을 기록했지만 금년 들어서는 그가 집중 투자한 중국과 인도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한 푼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중국과 인도 증시의 장기 전망이 미국보다 낫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고,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시장이 좋아 보인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 정부가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향후 2년 내로 주택시장이 엄청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연방은행이 월가의 탐욕스러운 은행을 도울 것이 아니라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거리로 내 몰릴 서민들을 구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불경기 탈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의 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과 인도 주식 투자는 실패했다고 시인하면서 단기적으로 진통은 있겠지만 이들 국가의 장기 성장 전망이 유효하므로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한다. 소로스도 물렸으니(?) 장기 투자로 간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롱 쇼트 펀드의(하락 할 종목은 팔고 상승할 종목은 사서 수익률의 극대화를 노리는 펀드로서 헷지 펀드와는 다소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대가인 켄 히브너(Ken Heebner)는 오직 저평가 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업종은 철강 회사라고 주장한다.



개도국들의 엄청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진행 중이라서 철근과 철강의 수요는 무한하다고 본다. 한편 이번 금융 사태로 얼떨결에 덩달아 빠진 좋은 종목들이 많다는 생각이다. 그는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비중을 두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주가가 1800포인트를 회복하면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지금 시장은 침체 국면 속에 반등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얼마 전 IMF나 세계 경제 포럼에서 미국의 금년 경제 성장률을 -0.7%, 유럽은 1-1.5%, 중국은 8-9%, 인도는 7%대 정도로 하향 조정하였다. 또한 세계 경제 성장률도 작년의 4.7%에서 3.7%대로 내렸다. 사실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 역시 미국 경기의 본격적인 추세가 드러나지 않아 다들 뜬 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

포천지 또한 지금은 투자의 대가들도 가장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한다. 어쩌면 투자의 달인들이 개그 코너 속에 등장하는 '달인' 짝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수록 버핏의 충고 즉 아는 종목에 투자하고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씩 적립식으로 투자하라는 공자님 말씀 같은 상식을 다시 한번 새겨보는 것이 가장 편안한 결론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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