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말다툼→현실 폭력, '현피'를 아십니까

조철희 기자 2008.04.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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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화제가 된 '애갤 현피'의 관련 사용자손수제작물(UCC). ↑지난 2월 화제가 된 '애갤 현피'의 관련 사용자손수제작물(UCC).


온라인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현피'라는 용어는 낯설기만 하다. '현피'란 '현실 피케이(PK, Player Killing)'의 줄임말이다. 또 '플레이어 킬링(Player Killing)'은 롤플레잉게임에서 상대팀 캐릭터를 죽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현피'는 온라인상에서 일어난 싸움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겨지는 것을 말한다.

지난 27일 20대 여성과 10대 여성이 '현피'를 벌여 양측 모두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새벽 2시경 인터넷 게임을 하던 A씨(21)는 평소 게임을 통해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B씨(19)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사실을 알게 됐다. 격분한 A씨는 채팅방에 접속해 B씨와 설전을 벌였다. 약 5시간 동안 계속된 '말싸움'은 결국 '현피'로까지 이어졌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끝에 같은 날 오전 10시경 서울 중랑구 면목동 지하철7호선 사가정역 앞에서 만난 A씨와 B씨는 난투극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현피'로 인해 당사자들이 경찰에 입건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다. 2006년 9월에도 온라인을 통해 중고의류를 판매하던 10대 2명이 '글다툼' 끝에 '현피'를 벌여 폭력행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최근에는 지난 2월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애니-일본갤러리'(애갤) 이용자들이 벌인 '애갤 현피'가 잘 알려져 있다.

이용자 C씨과 D씨는 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두고 며칠동안 설전을 벌이다 극심한 인신공격으로 치달았다. 결국 C씨가 2월 20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공덕역 3번출구에서의 '현피'를 제안했고, D씨는 여러차례 망설인 끝에 결국 제안을 수락했다.


이 갤러리의 한 이용자가 촬영한 C씨와 D씨의 '현피' 동영상을 통해 그들의 '현피'가 실제로 이루어진 것도 확인됐다. 이 동영상에는 싸움을 피하는 D씨를 C씨가 일방적으로 몇차례 공격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특히 당시 현장에는 여러명의 '구경꾼'들이 몰려 일부 이용자들이 이들의 '현피'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영상은 세계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올라와 해외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사이버범죄연구회장 정완 교수(경희대 법대)는 "사이버공간이 현실범죄의 원인 또는 과정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이버공간의 건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피 같은 경우 대부분 욕설이나 명예훼손에 의해 현실공간에서 다툼으로 번지는 것"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행 본인확인제를 보완, 인터넷 실명제를 강화해 욕설이나 비방 등을 이용자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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