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개인정보 제공 어디까지 위법?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8.04.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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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계약맺은 대리점 위탁도 수사… 업계, TM 전면중단

'이유야 어떻든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데 모든 책임을 진다.'

대국민 사과문까지 준비하는 하나로텔레콤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소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 경찰 조사에는 '법에서 허용한 위탁점과 계약을 통한 텔레마케팅(TM)'도 포함돼 있는데, 오로지 '고객 정보를 불법으로 팔아먹은 범법자'로 몰리고 있다는 억울함이다.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손해배상청구는 물론 불매운동까지 벌인다고 나섰다. 하나로텔레콤에 앞서 드러난 옥션이나 LG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맞물려 경찰청 내부에서도 경쟁적으로 수사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이르자 다른 통신사들은 TM을 전면 중단하면서 '납작' 엎드렸다. 이제는 TM 자체에 대한 불법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연 법으로 허용한 TM과 불법 TM의 범위를 어떻게 구분할까. 하나로텔레콤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제3자 위탁' 논란



가장 큰 논쟁 지점은 하나로텔레콤의 위법 근거와 위법 정도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통신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은 대리점에 명시한 약관에 동의할 경우를 전제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즉 약관만 동의되면 하나로텔레콤은 직접 계약을 맺은 대리점에 고객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단, 재위탁은 안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법에는 계약을 맺은 대리점에 제공하는 고객DB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대리점 위탁 그 자체를 문제로 삼았다. 특히 '600여 만명의 개인정보 8630여 만 건을 전국 수백 개 이상의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몇 건이 위탁점에 의한 것이고, 몇 건이 재위탁점에 의한 것인 지 밝히지 않았다. 이는 경찰이 통신사가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에 개인정보를 넘긴 행위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경찰 측 논리대로라면 통신사들은 앞으로 TM을 직접해야한다. 자회사인든 제 3의 전문 텔레마케팅 회사이든 계약을 맺고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되풀이되는 고객정보유출...과열 영업 비판도

문제는 늘 그렇지만 넘치는데서 출발한다. 지난해 8월에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의 고객정보 유출 및 부정 사용 혐의를 받고 관계자를 입건하는 등 이미 유사 사건을 적발했다. 당시 수사대는 추가 여죄 단서를 포찰, 수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하나로텔레콤 사건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수사 결과로 알려져 있다.

통신사 고객 정보 유출은 외부 해킹으로 인한 것보다는 해당 기업의 공격적인 영업의 결과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취약한 보안도 문제지만 결국 해당 기업이 영리를 위해 고객 정보를 의도적으로 부정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에게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가입을 권하거나 해지 후 재가입을 유도하는 등 '스팸' 수준의 마케팅이 도를 넘어설 때 이런 문제는 수면 위로 부상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나로텔레콤 사태도 과도한 영업 결과로 본다. 지난해 하나로텔레콤이 실적 호전을 위해 무리한 영업을 전개한 결과 아니냐는 견해다. 더군다나 매각이라는 이슈를 앞두고 있는 당시 경영진 입장에서는 회사의 경영실적이 중요했기 때문에 무리한 영업을 추진했다는 분석이다.

◇통신사 TM 영업 '적신호'

하반기 IPTV 및 결합상품 판매를 준비하는 모든 통신사들은 비상에 걸렸다. 현재 벌어진 하나로텔레콤 사태가 절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위법 자체는 제재를 가하는 게 맞지만 법 적용을 엄격히 하지 않을 경우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정보통신망 법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소비자단체들은 28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하나로텔레콤 사건과 같이 고객정보 불법유통과 오남용 사례가 극에 달하면서 소비자들은 큰 불안과 혼란에 빠져있다"며 그릇된 업계의 관행을 뿌리뽑아야함을 재차 주장해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정책 변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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