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中증시 '개입'으로 추세 바뀔까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2008.04.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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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비유통주→거래세→신주 발행..꼬리무는 부양책

거래세 인하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인지 중국 금융 당국의 증시 부양책이 꼬리를 물 조짐이다. 비유통주 매각 제도 개선, 거래세 인하에 이어 이번에는 기업들의 신주 발행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위적인 개입을 통한 증시 부양은 적지않은 후유증을 수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증시가 계속 반등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상하이증권보는 28일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CSRC)가 증시 물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신주 발행방식 개선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다. 발행 수량을 줄이거나 발행 가격을 제한하는 개입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증시 폭락의 주인으로 꼽히던 비유통주 문제와 관련, 발행주식의 1%가 넘는 비유통주를 한달 내에 매각하려면 블록딜을 통해서 하라는 매각 제도 개선이 첫 개입이었다. 그래도 증시가 끔쩍않자 지난 24일 거래세를 0.3%에서 0.1%로 전격 인하했다. 이소식에 증시가 9.3%나 폭등한후 이번 조치는 '3차 개입'에 해당한다.

중국 상장기업들은 지난해 255억위안의 추가 주식을 발행했다. 이는 전년보다 4배나 늘어난 것이다.



◇개입, 모럴 해저드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지난 24일 0.2%포인트 거래세 인하에 대부분 상하이증시 상장 기업이 상한가에 오른 것에 대해 '어려울 때면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모럴 해저드가 반영됐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거래세 인하로 증시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본질에는 정부가 거래세까지 인하한 마당에 추가적인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수천 만명의 중국인 투자자들이 반토막난 증시로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열망'은 상하이지수가 3000선을 이탈할 때 최고조에 달했다. 열망은 모럴 해저드에 다름 아니다. 이익이 나면 자기 덕이고 손실은 정부가 대신해 줄 것이라는 반시장적인 성향이다.

일부에서는 당국이 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을 허용해줄 것이라는 기대까지 하는 상황이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당국이 개입에 대해 투자자들이 선택한 위험을 전적으로 자신들이 지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를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신용위기로 망가진 미국 은행들을 정부 주도로 구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모럴 해저드와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과도한 개입은 후유증 크다



그러나 시장 개입을 통한 인위적인 부양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거래세 인하 카드는 중국 증시의 후진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주가가 오르면 거래세를 인상하고 내리면 거래세를 인하하는 식의 원칙없는 금융정책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당국은 꼭 일년전 증시 과열을 잡는다고 거래세를 0.1%에서 0.3%로 올렸다.

신주 발행은 기업들이 증시를 필요로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이유다. 이를 사전에 막는다는 것은 주식을 발행해 자금조달을 하고 이를 통해 경영실적을 내서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주식시장의 근간을 무시하는 셈이다.

물론 무분별한 신주 발행이 수급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기업들의 판단은 당국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이뤄지는 게 보다 친시장적이다.



잇따른 개입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부각시키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해외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

◇펀더멘털 개선 없으면 반등 오래못간다

SCMP는 중국 정부의 개입에 대해 경제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는다면 주가 반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지켜봐야한다고 논평했다. 단기 부양책일 뿐 장기적인 증시 상승과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SCMP는 수많은 본토 투자자들이 주가급락에 많은 손실을 입었지만 이는 증시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라며 3000선이 무너지자 '바닥론'과 함께 개입이 있었는데 이역시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고려할 때 상하이증시가 홍콩 증시에 비해 오히려 더 비싸다는 비교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정부가 손실이 날 때마다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당국의 대응을 보면 이런 투자자들만 탓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에서 개입을 확대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시장 입장에서는 반가워할 일이 아니다. 증시가 어느 정도까지 오르면 언제든지 하락을 강요하는 정책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SCMP는 당국이 시장 스스로의 힘으로 갈 길을 가도록 질서있고 투명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상하이증시는 신주 발행 제한 소식에도 불구하고 2% 하락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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