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신부값'과 지참금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8.04.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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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신부값'과 지참금


본격적인 결혼 시즌입니다. 결혼은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소득 대비 일생 최대 소비처입니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지난해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 비용으로 평균 1억7000만원을 썼다고 합니다. 2001년에 비해 2.1배 늘어난 수치니까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이 1.5배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경제규모를 상회하는 가파른 증가 속도입니다. 주거비를 제외하면 전체 지출의 약 30%가 혼수, 예물, 예단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혼수에 관한 경제학적 해석을 시도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Anderson저, the Economics of dowry and bridepric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07). 혼인보상금은 신랑이 신부에게 지급하는 '신부값'과 신부가 신랑에게 지급하는 '신부지참금' 형태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혼수는 실물 형태의 신부지참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부값 관행은 사회적 신분이 동질적이고 농경사회처럼 생산활동에서 여성의 역할이 크거나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반대로 신부지참금은 신분이 계층화된 사회, 생산활동에서 여성의 역할이 크지 않거나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나타납니다. 혼인 가능한 남녀 성비와 여성의 경제적 가치가 중요한 결정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이 해석은 결혼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남녀간 합작투자로 보고 이론을 전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베커(Becker) 교수의 배우자 선택 이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혼수는 근대화 과정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그 설명은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합니다. 그런데 근대사회에서 인구가 급증하면서 결혼 적령기에 달하는 인구의 수가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 늘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여성의 공급 초과로 신부지참금이 증가하게 된 거라는 겁니다.

일부 학자는 같은 이유로 혼수는 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인구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결혼 적령기 여성의 공급 초과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 남아가 여아보다 더 많이 태어나지만 18세가 되면 성비는 49대51로 여자가 많아집니다. 사춘기 이전 남학생 사망률이 높아서입니다. 여기에 동성애자를 감안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기 때문에 결혼 의사가 있는 성인의 성비는 47대53으로 더욱 확대됩니다. 흑인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43대57로 남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Penn, Zalesne 공저, Microtrends, 2007)


혼수가 신부의 후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혼수는 결국 신랑이나 그 가족의 소유가 되고, 따라서 신부 가계의 빈곤을 심화시키는 역작용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믿기 어렵지만 인도에서는 지금도 신부가 약속한 지참금을 못내 폭행에 시달리고 매년 6000명의 여성이 지참금과 연루된 사망에 이른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혼수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단순히 결혼 적령기 남녀 성비와 관련이 있을 것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성비는 거의 1대1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시장이 경제적 지위에 따라 계층화된 이유가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인도에서처럼 혼수 때문에 신부의 생명이 위협받는 사회문제는 없으니 천만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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