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 포기? 전략상 후퇴인듯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심재현 기자 2008.04.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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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4월국회서 추경·법개정 추진 안해"
- 18대 국회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둬
- '포기' 아닌 '전략적 후퇴'에 무게

추가경정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당정이 충돌한 가운데 정부가 일보후퇴를 선택했다. 이번 4월 국회에서는 추경예산 편성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여당 원내 지도부가 반대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정부는 18대 국회에서 새로운 원내 지도부가 꾸려지는 5월 국회 이후에는 추경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는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예산 절감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가용재원을 활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 '포기'보다 '전략적 후퇴'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아직은 여소야대의 국면인데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현실적으로 추경예산 편성은 어렵다"며 "정부의 입장을 밀어붙이기보다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또 '18대 국회에서 (추경예산 편성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가봐야 안다"고 답했다.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5월 이후에는 추경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에서 추경예산 편성을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사람은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다. 이 의장은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4조9000억원을 추경예산 편성 대신 국가채무 상환에 쓰고 이를 통해 시중금리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 18대 국회가 출범하면 이 정책위의장의 임기도 끝난다. 한나라당에서 정책위의장 등 원내 지도부가 새로 꾸려지면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4월 국회에 한해서"라며 "18대 국회가 출범하고 5월 국회가 열린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 예산을 편성하려면 국가재정법을 고쳐 추경 요건을 완화해야 하는데 4월 국회에서 정부입법으로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고 의원입법으로 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추경예산을 짤 수 있는 경우를 3가지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전쟁 또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또는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생기거나 늘어난 경우 등이다.

따라서 현행 법 아래에서는 내수부진 정도를 이유로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8일 고위 당정협의에서 추경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여당은 거부했다. 정부는 추경 요건에 추가할 조문으로 '예산 성립 후 발생한 사유로 예산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는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한 뒤 하반기 태풍 피해 등과 관련해 추경예산이 편성될 때 지난해 남은 재원을 함께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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