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스모그, '녹묘'로 잡는다

베이징(중국)=황국상 기자 2008.04.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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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지구를 지켜라]<2-1>'굴뚝경제'서 '그린경제'로...중국정부의 환경기술 투자

↑ 지난 4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베이징올림픽 <br>
주경기장(위)과 5일 스모그에 묻힌 경기장(아래). <br>
올 들어 115일간 베이징은 37일간 스모그에 잠겨 <br>
있었다.↑ 지난 4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위)과 5일 스모그에 묻힌 경기장(아래).
올 들어 115일간 베이징은 37일간 스모그에 잠겨
있었다.


지난 5일과 6일, 중국 베이징은 500m 앞도 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스모그에 묻혔다.

베이징 중심의 제2 도심순환도로는 물론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제5순환도로에 이르기까지 스모그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시내 도로 전역이 짜증스럽게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들로 가득 찼다. 바로 전날만 해도 맑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던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역시 스모그에 가려 빛이 바랬다.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이 가장 잘 내려다 보인다는 징산(景山)공원도 마찬가지. 중화주의의 상징인 천안문에서 자금성 후문인 신무문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단청의 누각들은 온통 우중충한 회색 스모그에 점령됐다.

하지만 통계로 보면, 베이징의 스모그 일수는 줄어들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2006년의 베이징은 1월1일부터 4월 24일까지 105일 중 57일, 즉 이틀 중 하루 이상(54.3%) 스모그를 겪었다.



스모그 발생일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50일, 47.6%로 6.7%포인트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선 37일, 35.2%로 12.4%포인트나 감소했다.

오염 정도도 대폭 개선됐다. 병약자는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도 심각한 건강장해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대기오염을 보인 일수는 2006년 12일에서 지난해 2일로 줄어들었다. 올 들어서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매일 홈페이지를 통해 베이징과 톈진·상하이·푸저우 등 자국 내 주요 69개 도시의 이산화황(SO2)·아산화질소(NO2)·일산화탄소(CO)·오존(O3) 등 대기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분석해 7개 등급으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대국(大國) 도약 발목잡는 환경문제= 환경 문제는 이제 중국의 경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2006년 중국 환경부는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 관리에 투자한 금액이 2567억8000위안(36조9000억원)으로, 그해 GDP의 1.23%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인들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치른 비용도 1530억 위안(21조82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전국 31개 성(城)에 산재한 하천의 70%, 도심을 거치는 하천의 95%가 오염된 상태다. 중국 국토의 3분의 1이 산성비의 피해를 받고 있다.

중국의 27.8%, 한반도의 12.1배에 이르는 267만2000㎢가 풀 몇 포기가 자라기도 어려운 사막이나 황무지다.

중국 내 4억명 이상의 도시 거주민들이 신선하지 않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고, 3억명 이상의 농민들이 깨끗하지 않은 물을 음용수로 사용한다.



이미 2004년 대기오염으로 인해 중국에서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죽는 이들이 35만8000명을 웃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올 8월 개최될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진행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레셀라시에(에티오피아·35)는 지난 1월 "베이징의 눅눅하고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게 내 선수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면서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세계의 굴뚝공장을 넘어 진정한 대국(大國)으로 우뚝 서려던 중국의 계획이 환경문제 때문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던 중국 정부는 '녹색 고양이(녹묘)', 즉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시스템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 지난 5~6일 청명절(淸明節) 연휴를 맞은 중국 베이징 시내의 <br>
모습. 외곽 도로(좌 상·하)와 도심(우 하) 할 것 없이 두꺼운 <br>
스모그에 잠겨 있다. 중화주의의 상징인 자금성(우 상) 역시 <br>
스모그의 습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5~6일 청명절(淸明節) 연휴를 맞은 중국 베이징 시내의
모습. 외곽 도로(좌 상·하)와 도심(우 하) 할 것 없이 두꺼운
스모그에 잠겨 있다. 중화주의의 상징인 자금성(우 상) 역시
스모그의 습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공개ㆍ융자 때 환경심사 필수= 지난 2월 25일 하북 웨이엔 생물화공 주식회사와 광동 완씽 무기도료 주식회사, 감숙 치랜산 시멘트 주식회사, 룽웬 건설 그룹 주식회사 등 10개사는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CSRC)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환경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보고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이 같은 결정은 CSRC와 중국 환경보호부가 같은 달 13일 '녹색보험·녹색증권·녹색대출 지도지침(녹색지침)'을 발표한 데 따른 것.

이 지침에 따라 화력발전·철강·시멘트·알루미늄 업종을 비롯해 야금·화학공업·석유화학·석탄·건축자재·제지·제약·발효·방직·제혁(制革)·채광 등 13개 오염정도가 심한 업종의 기업이 상장할 때, 반드시 환경감시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융자를 받을 때도 환경심사는 필수적이다. 환경기준에 미달되는 기업은 상장 이후라도 재융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05년 10월 제16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2001~2005년을 평가하며"산업화·시장화·국제화를 가속화해 인민의 생활이 개선되고 중국의 국제적 지위도 높아졌지만 에너지자원의 소모가 컸고 환경오염이 격화돼 중국의 경제·사회발전과 안전에 대해 새로운 도전이 제기됐다"고 반성했다.

이에 따라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2006~2010년을 아우르는 종합 개발계획인 '11차 5개년 계획'.



'환경과 경제의 동반성장(순환경제)'를 내세우는 이 계획은 철강·석탄·발전 등 중국 내 기존 주요 업종이 폐기물 배출을 줄이고 자원재활용 정도를 높이도록 독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베이징 시내 아파트 단지 개울의 쓰레기 더미들↑ 베이징 시내 아파트 단지 개울의 쓰레기 더미들
이 계획은 또 폐기물 처리나 절전·재생가능에너지 등 기술을 갖춘 환경기업들을 중점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촹예환경보호·웬쉐이주식회사 등 수처리 회사들과 춘란구펀(태양광)·진산구펀(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 서우창구펀(오수처리)·타이타(쓰레기처리) 등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환경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내 환경산업 발전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위 한화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환경산업이 주력업종으로 떠오를 날도 머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환경부의 녹색지침에 직접 영향을 받아 다탕인터내셔날, 화넝인터내셔날, 화댄인터내셔날, 궈댄전력 등 발전업종 상장사들의 주가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지사 연구원은 "중국은 여전히 국가자본주의 성격이 강해 환경산업 육성을 위한 의지가 곧 시장을 키우는 힘"이라며 환경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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