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식탁정치' 주도권 장악 나섰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4.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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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방 이후 나흘째 여권 중심 전방위 식사 회동
- 여권 내부 단속…이견 확산 방지
- 나를 중심으로 뭉쳐라…'MB식 정치' 강화

李대통령 '식탁정치' 주도권 장악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식탁정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일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매일 정부 부처와 한나라당의 핵심 인사들을 초청해 식사 회동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국무위원 및 국무회의 참석자와 오찬, 한나라당 제18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초청 만찬을 가졌다. 23일에는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 24일에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25일엔 5부요인 초청 오찬과 한나라당 제17대 국회의원 초청 만찬이 잡혀 있다. 연일 각계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순방의 성과와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있는 것.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만남은 24일에 오후에 있었던 제1차 국정과제보고회까지 포함하면 25일 초청 만찬까지 순방 귀국 이후 4일간 벌써 4번째다.

◇현안에 당청 공동대응 강조=이 대통령이 각계 인사들과 회동을 하는 중에 여당 지도부와 접촉을 자주 하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당장의 현안에 대한 여권 전체의 공동대응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쇠고기 협상 등 현안에 대해 국민을 향해 직접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여당 의원들과의 대면 접촉에선 당정청 일체를 강조하고 있다.

추경예산편성 등 정부와 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우회적으로 여당에 협조를 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 22일 한나라당 제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초청만찬에 참석했던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이는 여권 내부에 정부와의 이견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만 정국 전체에 미치는 파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李대통령 '식탁정치' 주도권 장악 나섰다
오는 6월 출범하는 '여대야소'의 18대 국회에서 원만하고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미리 여당 단속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잃고 실패한데는 불편한 당청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8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노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공식 회동했을 때 "대통령께서 정당과의 관계가 그래서...변화무쌍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또 "오늘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 연장안이 통과됐는데 한나라당은 전원 동의인데....아슬아슬하게 통과됐습니다"라는 뼈 있는 말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의 사례를 감안했을 때 국정운영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법안 처리 등 국회에서 여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란 생각이다.

◇하반기 국정운영 드라이브 위한 포석=이 대통령의 '식탁정치'가 주목받는 더 큰 이유는 '이명박식 정치'를 강화하려는 의중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대선 때에 비해 다소 떨어진 지지율을 'MB' 특유의 추진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내에 내 경쟁자는 없다. 경쟁자는 외국 지도자들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친이·친박 논란에 대해서도 "당내 계파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그 자체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언급 이후 당내 계파 다툼에 대한 한나라당 내 의견은 점차 정리되는 분위기다. 총선 이후 두드러졌던 친박계의 목소리는 총선 직후에 비하면 급속하게 힘을 잃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식탁정치'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최근 재검토 논란이 된 혁신도시안 등에 대해 하반기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에선 대운하 논란 등에 대해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대운하 관련 업무를 당에 일임할 것이란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경우 18대 총선을 통해 확보한 친이계 의원들이 이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정권 초기라는 점에서 모든 시선이 청와대 쪽으로 쏠리고 있다"며 "여기에 대운하, 혁신도시 등 굵직한 정책 사업에 대한 루머가 떠돌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수록 논의의 주도권은 청와대가 갖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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