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성장세 꺾였다" 한은 인정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4.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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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편성, 금리인하론 힘 얻을 듯

한국은행이 경제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올 1분기 민간소비와 건설·설비투자, 수출 등 각 부문의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크게 둔화했다.

이 추세가 2분기에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돼 경기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시장에선 금리 인하가 보다 가시화됐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이 지난해에 못 미치겠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 대응을 둘러싼 논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1.6%)에 비해 절반 이하로 둔화된 것이며, 지난 2004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5.7%로 작년 4분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GDP가 전분기 대비 1.15%, 전년동기 대비 4.7%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성장세 꺾였다" 한은 인정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와 설비·건설투자, 수출 등이 일제히 후퇴했다. 민간소비의 경우 물가 급등 여파로 실질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분기보다 0.2%포인트가 떨어진 수준이다. 더구나 신규 취업자 수가 18만명 수준으로 뚝 떨어져 당분간 민간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설비와 건설 투자, 수출입 등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0.1% 줄어든 것을 비롯, 건설투자(-0.1%), 재화수출(-1.1%), 수입(-1.7%) 등 생산과 지출부문에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춘신 경제통계국장은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잠재성장률 수준(4% 후반)의 성장은 했다”며 “그러나 성장의 속도나 상승세는 상당히 꺾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실질 국내총소득(GDI) 역시 전분기 대비 2.2%가 감소,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수출입 물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실질 GDI는 상당기간 개선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올 2분기에는 국제유가 및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이 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국토개발사업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가 다시 꿈틀거린다면 하반기에는 다소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국장은 “민간소비는 상당기간 회복이 어렵겠지만 설비와 건설 투자는 대기업의 설비투자 확대와 정부의 국토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2분기에는 어렵겠지만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물 지표가 경기둔화를 나타내면서 한은의 금리인하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성태 총재도 이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맞물려 빠르면 다음달 금리인하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사실 1분기에는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외부 악재가 곧바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짧은 기간에 비용상승 요인에 따른 영향이 너무 강하게 나타나 권투경기로 치면 일종의 어퍼컷을 세게 맞은 것과 같은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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