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주총르포]'주총장의 여왕' 에블린 데이비스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4.25 08:51
글자크기

메릴린치 주총현장③-40여년간 주총장 순례 '소액주주 운동'

'기업 정글의 여왕(Queen of corporate jungle)'

에블린 데이비스(사진)는 스스럼없이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다.
1965년 주요 기업 주주총회의 이슈를 정리한 소책자 '하이라이츠 앤드 로 라이츠(Highlights & Lowlights)'를 발행한 이래 40여년간 매년 수십개 주요 기업들의 주총장에 나타나 경영진을 껄끄럽게 만들어왔다.

[월가주총르포]'주총장의 여왕' 에블린 데이비스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지부진한 실적으로 문제가 된 기업들이 해마다 그녀의 타깃이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가 가장 큰데다, 스탠리 오닐 전 회장이 부실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161억달러의 보너스를 챙겨간 메릴린치를 데이비스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24일(현지시간) 맨해튼에서 열린 메릴린치 주총에서도 데이비스는 오닐 전 회장에 대한 과도한 보수를 질타하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독립적인 이사를 선임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메릴린치 주총에 800주를 보유한 주주자격으로 참가했다. 그가 제안한 집중투표제에는 30% 가까운 주주가 위임장을 써줬다. 지난해에도 메릴린치에 대해 같은 제안을 했었다.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를 거친 질문과 제안으로 최고경영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많다. 이날도 존 테인회장을 다그쳐 "서브프라임 부실과 같은 그런 상황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주주들 앞에서 다짐하게 만들었다. 또 메릴린치가 보유중인 블룸버그, 블랙록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내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 거리를 제공했다.
↑에블린 데이비스씨가 메릴린치 주총장에서 존 테인 회장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뉴욕=김준형 특파원]↑에블린 데이비스씨가 메릴린치 주총장에서 존 테인 회장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이같은 활약덕에 미 언론은 물론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토론패널로 초청할만큼 '명성'을 얻었다. 최고 경영자들도 데이비스의 전화에는 리턴콜을 해주고 함께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는다.

여든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데이비스는 네델란드 출신으로 홀로코스트(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다.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주총장의 투사'는 아니다. 이날도 유머를 섞어가며 주총장 분위기를 주도,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마이크를 독점하고 때론 언성을 높여 주총장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를 뒷돈을 바라는 '주총꾼'으로 보기도 힘들다. 90여개 기업의 주식을 포함, 수백만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 수십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매년 소책자 판매대금만으로도 수십만 달러를 번다는게 본인의 주장이다.


이날도 주총 시작전부터 주주와 기자들에게 소책자를 나눠주던 그는 기자에게 "한국 기업들의 주총장에도 참석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