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전 IMF보고서 꺼낸 정부, 환율 우회압박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이학렬 기자 2008.04.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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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 성장률 회복에 가장 중요한 역할"

2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기자실. 기획재정부가 뜬금없이 2개월 전 나온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를 번역해 뿌렸다.

제목은 '교역조건과 경제회복'(terms of trade and economic recovery). IMF의 공식견해를 담은 것이 아닌 평범한 작업 보고서다.

보고서의 요지는 "환율 상승이 성장률을 회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유가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될 때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고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율 인상을 꾀하고 있는 재정부가 명분을 쌓기위해 IMF의 보고서까지 동원한 셈이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통화옵션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고 물가부담이 높아진 것을 놓고 반발 여론이 비등한 데 대한 대응이다.

보고서는 전세계 159개국을 대상으로 1970~2006년 중 교역조건 악화 후 성장률이 회복된 경우를 중심으로 어떤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해당국 통화가치가 절하(환율 상승)되는 것이 성장률 회복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충격이 상당부분 흡수된다는 설명이다.

재정부는 새정부 출범 후 줄곧 환율 상승을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환율이 올라야 수출이 늘고 경상수지가 개선돼 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공식브리핑에서 "경상수지가 경제정책에서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환율 상승 유도에 무게를 실었다. 강 장관은 그 이튿날 한 조찬세미나에서도 "환율에 대해 언론이 비판을 많이 했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환율이 1000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계속 악화되던 여행수지의 추세를 바꿔놨다"고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5원 오른 996.5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보고서는 정부의 재정투입도 단기적으로 성장률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내수진작용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추진 중인 정부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로 반가운 대목이다.



재정부 입장에서는 IMF 보고서 하나로 '환율인상'과 '추경편성'의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수확을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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