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었던 중국펀드, 바닥 짚고 다시 서나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5.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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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기지개 펴는 중국증시

"애물단지 중국펀드, 다시 뜰까요?"

요즘 중국펀드들이 거의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각 증권사에는 중국펀드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4월23일 기준 지난 1주간 국내에서 설정된 중국주식형펀드 84개에 유입된 자금은 835억원. 해외주식형 펀드 중에서 주간 최대 증감액을 기록했다. 주간 수익률도 5.77%로 브라질주식형 펀드 5.83%와 함께 전체 해외펀드 중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아직도 -18.69%를 기록하고 있지만 3개월 수익률은 7.18%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정아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장은 "중국 증시가 다시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초 브릭스펀드 등에 몰렸던 관심이 중국 펀드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풀 죽었던 중국펀드, 바닥 짚고 다시 서나


◆ 홍콩이나 중국 본토냐, 중국펀드 내에서도 희비 엇갈려

투자자들의 관심의 초점은 '지금 환매할 것인가?'와 '신규로 들어갈 것인가?'로 양분된다. 특히 중국펀드가 전체 해외펀드 중 순자산규모가 1/3을 넘어설 만큼 비중이 높은만큼 이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다.

최근 급등을 보이면서 이 기회를 타서 환매해야 하는 것인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는 것인지 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의 실적은 양호하다 해도 최고점이던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중국펀드에 들어갔던 투자자라면 대부분 -3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별 3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삼성운용의 '코덱스차이나H'와 피델리티그레이터차이나종류형주식-자(N)이 17.47%로 가장 높다. 순자산이 2조가 넘는 초대형펀드인 신한BNPP의 '봉쥬르차이나주식1'은 12.07%로 선전 중이다. 반면 PCA운용의 '차이나드래곤A'는 -1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해봐도 '코덱스차이나H'는 -10.97%로 비교적 선방한 반면 차이나드래곤A는 -18%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펀드들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같은 중국펀드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펀드별 투자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설정된 대부분의 중국펀드들이 홍콩H시장에 투자되고 있는데 반해 PCA운용의'차이나드래곤A'는 중국 본토시장에 투자되는 대표적인 펀드로 꼽힌다. 한화운용의 '꿈에그린차이나'도 중국본토 A증시에 일부 투자한다.

나영선 미래에셋증권 해외상품마케팅팀 대리는 "중국 본토와 홍콩H시장은 디커플링(한 나라 또는 일정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경제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경제흐름을 보이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나 대리는 "홍콩H는 미국과의 연관성이 높아 미국발 금융위기가 안정돼가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국 본토의 경우 인플레이션 등 중국 내부 불안요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달러/위안 기준환율이 7위안선에서 6위안대로 떨어진 '위안화 절상'의 효과는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누릴 수 있다. 홍콩H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거래가 홍콩달러나 미달러화로 이뤄지지만 중국 본토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거래가 위안화로 이루어져 위안화 절상에 따른 초과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펀드라 해도 투자대상에 따라서 수익률과 리스크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중국 증시 바닥 찍었다? 환매 기다려라

중국 증시 전반적으로는 하락보다는 상승의 여지가 더 많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 모두 바닥권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수준의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태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V(브이)자 수준으로 급반등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도 상승 여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증권거래세 인하라는 특단의 카드를 내놓은 것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월23일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이 증권거래세를 현행 0.3%에서 0.1%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증시가 지난해 10월 고점대비 6개월 만에 50%나 폭락하자 비유통주 매각 제한 조치에 이어 이틀만에 두번째로 내놓은 조치였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상하이지수가 4000선을 회복할 것이란 낙관론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4% 넘게 급등했고 홍콩H주도 3%가 넘는 강세를 보였다.

그간 논란이 많았던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 더 이상의 하락을 멈추는 계기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하튼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장기 관점에서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서둘러 환매하기보단 조금 기다리는 것을 고려해볼만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전체 포트폴리오 중 중국 펀드에 대한 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투자자라면 지난해와 달리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규 투자의 경우 중국 펀드 투자의 매력은 배가된다. 나 대리는 "지금이 바닥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무릎 아래라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만 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 역시 "향후 하락할 가능성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의 매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단 조정기간 등을 고려하면 분할 매수하라는 조언이다. 유 지점장은 "상승 가능성이 높다 해도 조정기간이 얼마나 길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시의 목돈 투자보다는 3회 가량의 분할 매수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중국펀드(순자산 100억 이상)

자료 제공: 제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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