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투자와 신앙의 공통점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2008.04.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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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원리를 믿음으로 삼아야

[MT시평]투자와 신앙의 공통점


자연과학분야이든 사회과학분야이든 앞날을 내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렵다.

워낙 변수가 많고 예기치 않은 사안이 적지 않게 돌출되기에 방향의 줄거리를 잡는 것 조차도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전망의 결론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면 이럴 것이고, 저렇게 보면 저럴 것으로 전망하면 틀리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금 현재 우리 증권시장에서도 자주 발생되는 게 아닌가 싶다.
 
증권분석가로서 가지는 무엇보다 큰 우려는 단기 전망에 치우쳐 분석가들이 족집게 점술가처럼 된 현실이다. 불과 1개월 전망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주간단위 전망을 마치 향후 큰 흐름인 것처럼 내놓는데, 이 과정에서 말 바꾸기가 잦다.



투자의 기준을 기업가치나 경제여건이 아닌 기술적 분석에 의존하는 점도 문제이다. 기술적 분석은 주가의 큰 방향을 설정한 이후 진행과정을 체크하는 수단인데, 기술적 분석 자체를 주된 도구로 여기니 안타깝다.
 
최소한의 논리도 부족하다. 실로 기업이익 증가를 예상하면서 주가 답보 내지 침체를 거론하는 것은 수긍하지 못할 점이다. 이익이 증가해도 본질가치 대비한 주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그런 주장이 타당할 수 있지만, 그런 내용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분석가에 대한 신뢰가 자꾸 낮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초적인 원리를 믿음으로 삼으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원론을 이해하지만 믿음이 부족하여 분위기가 바뀌면 견해를 번복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초의 체화에는 시간이 소요되기에, 교과서적 원론을 당장에 믿음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에는 일부 무리도 있다. 평자 본인도 주식투자에 앞서 먼저 고려할 금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정립하는데 18년 정도가 걸렸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주식투자의 큰 구도는 기초원론을 벗어나지 않는다. 주가가 주식가치대비 저평가 되었는지 여부만 따지면 되기 때문인데, 주식가치평가는 `1주당이익/주가(1/PER)`와 금리간의 비교이다. 1주당이익은 이자에 해당되고 주가는 원금에 해당되기에 금리와 주식가치 간 비교가 가능한데, 1주당이익/주가가 금리보다 높으면 주가추세는 지난 80년 이후 대체로 상승했다.
 
물론 주식가치와 시장상황이 불일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때가 분석가들에게 갈등의 기간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큰 기회이기도 한데, 이 부문은 투자기간의 기회비용과 향후 기대수익 문제로 접근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바로 이 점이 전략이어서 투자가들이 주로 듣고 싶어 한다.

예컨대 2002년 4분기와 2003년 3월 중반의 주가에서 보면, 당시 경기상황은 여의치 않았지만 북핵문제와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인해 주가가 주식가치 대비 지나치게 하락했다. 특히 북핵문제는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으로 이어져 우리 주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진정되자 주가지수는 불과 1년 만에 80%나 상승했다. 결과론이지만 상황에 매몰되어 당장의 주식하락에 연연했던 투자가와 주식가치대비 낮은 주가로 인해 커진 기대수익에 관심을 가졌던 투자가 간에는 성과가 크게 엇갈렸을 것이다.
 
이상에서 거론된 원론에 덧붙여 해당기업 이익의 증가여부와 산업적 특색 등을 추가하면 훌륭한 투자방안이 도출된다. 사실 주식시장 전반이 원만(침체)하면 순환매매에 의해 대다수 종목이 동반상승(하락)한다. 때문에 세세하게 따지지 않더라도 주식시장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좀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종목단위의 이익모멘텀, 해당종목의 특징은 고려해 볼 사안이다.

정리하면 투자기간을 다소 길게 하면서 금리와 기업이익대비 주가수준이란 상식선에서 분석과 투자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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