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안에 대한 5가지 궁금증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김진형 기자 2008.04.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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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경영진 후임·배제대상 사외이사·차명재산 쓸 유익한 곳 등 관심

삼성그룹이 지난 22일 경영 쇄신안을 발표한 가운데 몇가지 궁금증들이 나오고 있다. 퇴진키로 한 경영진들의 후임은 누가 될지, 선임하지 않기로 한 사외이사는 누구인지, 차명재산을 쓰겠다는 '유익한 곳'의 정체, 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의 앞으로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사진가운데)이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특검 수사결과에 대한 경영쇄신안을 발표와 사퇴선언을 하기위해 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사진가운데)이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특검 수사결과에 대한 경영쇄신안을 발표와 사퇴선언을 하기위해 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등 물러난 자리는 어떻게= 우선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사임으로 결원이 생긴 삼성전자 이사를 당장 보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처럼 주주가 전세계에 분산돼 있는 글로벌 기업이 주총을 한번 열려면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돼야 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정관에 '이사수를 3인 이상 14인 이하'로 규정하고 있어 남은 10명의 이사로도 이사회 운영은 가능하다.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최도석 사장이 각각 대표이사 부회장과 사장이기 때문에 대표이사 회장이 없어도 경영에는 차질이 없다. 다만 삼성화재, 삼성증권 사장 자리는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제대상 사외이사란= 삼성은 '삼성과 직무상으로 연관된 인사들은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직무상 연관된 사외이사'의 범주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부 기관 출신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 기관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가 지난해 3월31일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사외이사 51명 중 관료 출신은 16명, 학계 16명, 법조계 9명, 기업인 8명, 언론계 2명이다. 이들 중 관료 출신 인사들이 주로 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황재성 전 서울지방 국세청장, 장준철 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상주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박석환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고중석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귀호 전 대법원 대법관, 김영진 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이 삼성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당장 물러날지 아니면 임기를 채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다만 삼성이 공개적으로 배제대상 기준을 밝힌만큼 조만간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명계좌 쓸 유익한 곳이란= 삼성은 차명계좌(약 4조 5000억원) 가운데 삼성생명 지분 16.2%(약 2조 3000억원)를 제외한 돈의 처리를 고민중이다.


2조 2000억원 가운데 탈세와 관련이 없는 현금과 채권 2000억원을 제외한 약 2조원 중 누락된 세금과 과징금을 내고 남은 돈을 '유익한 곳'에 쓰기로 했다. 그 용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22일 회견 당시 "이 회장이 남는 돈을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간'을 얘기한 만큼 당장 시행하기 힘들고 구체적 방안도 더 고민해야 한다는 뉘앙스다.



과거 'X파일 사건' 때처럼 무조건 사회헌납하는 식은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X파일 사건'때 8000억원을 헌납했으나 그 결과는 '실패'였기 때문에 또 다시 '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다. '재단'에 추가 출연하거나 삼성의 주주나 임직원에게 쓸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전무의 역할은= 삼성은 이 전무가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 개척업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시장 규모가 크지만 아직 삼성이 선전하지 못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브릭스 신흥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 전무의 경영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규모의 시장이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일본 도요타 가문의 3세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은 전무시절 중국 현지로 해외근무를 나갔다가 경영 경험을 쌓은 후 2005년 일본으로 되돌아와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오너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수빈 회장의 역할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의 역할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보다는 조율자의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쇄신안에서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할 일이 있을 경우"라는 조항을 붙여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쇄신안의 10가지 항목은 중요도에 따라 순서대로 적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1번 항목이 이 회장 퇴진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맨 마지막 10번에 회장 대행에 대해, 그것도 간략히 담고 있는 것만 봐도 대행 체제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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