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손실기업, 금리인상에 '울상'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4.24 15:20
글자크기

은행 신용등급 낮춰..수출물량은 되레 줄어 '삼중고'

이 기사는 04월24일(14:3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환율 올라 손해봤는데 은행은 신용등급 하락했으니 대출금리 올리겠단다. 이런 법이 있나"



한 중소기업 CEO의 성토다. 그도 그럴 것이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위험 방지(환헤지)를 위해 가입했던 통화옵션에서 손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예상과 달리 수출 물량마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통화옵션 손실 때문에 거래 은행은 신용도(크레딧)를 낮추면서 대출 금리를 훌쩍 올렸다.

대개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게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수출 중소기업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환율이 오르는만큼 이익을 얻거나 혹은 가격을 낮춰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수입업체는 그만큼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같이 환율이 급변동하게 될 경우, 수입업체들은 거래를 확 줄이고 관망한다고 한다. 환율 하나로 손익이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24일 금속 제품을 수출하는 A 중소기업체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좋을 거라고 다들 그러는데 완전 정반대"라며 "원재료 가격은 환율 때문에 크게 오르는데 제품을 사가는 해외 업체들은 환율이 올랐으니 제품 가격을 낮춰달라고 해 그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같이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시장 자체가 안 좋아지면서 재고가 늘어나는 리스크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승이 수출 증대에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시기적으로 대략 12~18개월이 지난 후에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가격 결정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먼 이야기일 수 있다"며 "A사 관계자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은 파생상품인 통화옵션 손실로 돌아와 중소기업들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환헤지 목적으로 가입한 통화옵션으로 계약 당시 환율보다는 높은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현재 시장 환율 대비 상당히 불리한 환율이 적용돼 매달 손실이 축적된다. 두산엔진과 금호타이어 같은 대기업들은 그나마 이를 감당할 정도가 되겠지만 중소기업들은 통화옵션 그 자체만으로 한해 이익을 다 날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일부 기업은 통화옵션 손실 하나 때문에 문을 닫은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환율 전망 등 판단에 대한 착오로 통화옵션에서만 피해를 입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옵션 이행일에 외화가 들어오면 다소 손해를 보고 외화를 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난 손실과 향후 입게될 손실, 즉 평가손실까지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향후 손실까지 투명하고 당당히 밝혔다 하더라도 이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통화옵션 문제가 금융권에서 크게 부각되면서 거래은행들이 관련 리스크에 대한 비중을 높게 둬 기업 신용도를 상대적으로 많이 낮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금리는 더 올라 재무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A 기업은 당초 6%선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통화옵션 손실을 고백하고 재심사를 받은 결과 연 8%에 가까운 금리를 제시받았다고 한다. 수출신용장(L/C) 한도도 축소됐다. 옵션 손실을 가감하더라도 이전보다 이익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은행과의 거래 조건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매출액이 급성장하고 있고 통화옵션 관련 향후 평가손실까지 빼더라도 이익이 늘었는데 은행이 신용도를 낮췄다"고 밝혔다.

다행이 이 기업은 이전부터 '무차입 경영'을 추진하고 있었던 터라 다행이다. 은행 차입을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는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무적으로 여의치 않은 기업들은 환율로 손실을 보고 또 은행들로부터 금리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