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4일(14:3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환율 올라 손해봤는데 은행은 신용등급 하락했으니 대출금리 올리겠단다. 이런 법이 있나"
대개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게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수출 중소기업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환율이 오르는만큼 이익을 얻거나 혹은 가격을 낮춰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
24일 금속 제품을 수출하는 A 중소기업체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좋을 거라고 다들 그러는데 완전 정반대"라며 "원재료 가격은 환율 때문에 크게 오르는데 제품을 사가는 해외 업체들은 환율이 올랐으니 제품 가격을 낮춰달라고 해 그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같이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시장 자체가 안 좋아지면서 재고가 늘어나는 리스크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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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증권사 한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승이 수출 증대에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시기적으로 대략 12~18개월이 지난 후에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가격 결정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먼 이야기일 수 있다"며 "A사 관계자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은 파생상품인 통화옵션 손실로 돌아와 중소기업들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환헤지 목적으로 가입한 통화옵션으로 계약 당시 환율보다는 높은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현재 시장 환율 대비 상당히 불리한 환율이 적용돼 매달 손실이 축적된다. 두산엔진과 금호타이어 같은 대기업들은 그나마 이를 감당할 정도가 되겠지만 중소기업들은 통화옵션 그 자체만으로 한해 이익을 다 날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일부 기업은 통화옵션 손실 하나 때문에 문을 닫은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환율 전망 등 판단에 대한 착오로 통화옵션에서만 피해를 입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옵션 이행일에 외화가 들어오면 다소 손해를 보고 외화를 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난 손실과 향후 입게될 손실, 즉 평가손실까지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향후 손실까지 투명하고 당당히 밝혔다 하더라도 이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통화옵션 문제가 금융권에서 크게 부각되면서 거래은행들이 관련 리스크에 대한 비중을 높게 둬 기업 신용도를 상대적으로 많이 낮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금리는 더 올라 재무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A 기업은 당초 6%선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통화옵션 손실을 고백하고 재심사를 받은 결과 연 8%에 가까운 금리를 제시받았다고 한다. 수출신용장(L/C) 한도도 축소됐다. 옵션 손실을 가감하더라도 이전보다 이익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은행과의 거래 조건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매출액이 급성장하고 있고 통화옵션 관련 향후 평가손실까지 빼더라도 이익이 늘었는데 은행이 신용도를 낮췄다"고 밝혔다.
다행이 이 기업은 이전부터 '무차입 경영'을 추진하고 있었던 터라 다행이다. 은행 차입을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는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무적으로 여의치 않은 기업들은 환율로 손실을 보고 또 은행들로부터 금리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