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公人)정보로 변질된 개인정보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8.04.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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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관리소홀·무단제공까지...기업 개인정보 관리 '천태만상'

# 김모씨(28)는 하나로텔레콤 고객센터라며 '메가TV와 광랜' 결합상품을 가입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얼마 전에 약정기간이 끝나 하나로텔레콤에 해지신청을 하고 이미 다른 통신사로 옮긴 상태. '해지를 했으면 개인정보를 지워야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그제서야 당황한 듯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옥션과 LG텔레콤의 고객정보 유출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 600만명의 고객정보가 수백여곳의 텔레마케팅 업체에 무단으로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적발되면서 기업들의 고객관리 실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또다시 여실히 보여줬다.



고객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제대로 지켜도 모자랄 판에 이제는 수집된 고객정보를 이용해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그간 통신사들이 부가서비스나 결합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고객정보를 명시적 허락없이 무단으로 제3자에게 넘기는 것 아니냐는 공공연한 소문이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하나로텔레콤이 이용자들의 거주지역별로 개인정보를 배포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했으며, 적극적으로 상품판매에 이용하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까지 확보했다. 이는 사실상 모든 고객정보들을 다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렇게 수백여곳에 넘겨진 개인정보가 단순히 하나로텔레콤 상품판매 전화영업에만 국한돼 이용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다.

경찰 조사결과, 하나로텔레콤은 고객정보를 이용한 마케팅 전문 계열사까지 차려놓고 이곳을 통해 전국에 있는 텔레마케팅 회사에 개인정보를 무차별 배포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텔레마케팅 회사들은 또다른 하청업체에 다시 용역을 주는 등 다단계 형태로 개인정보가 흘러나갔다.


이런 허술한 개인정보 유통 과정에서 제대로 보안이나 관리가 이루어졌는 지 의문이다. 텔레마케팅 회사나 마케터에 의해 스팸업자나 보이스 피싱조직 등 또다른 3자에게 개인정보가 판매되거나 넘겨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애기다.

실제 올초 웹사이트 해킹 등으로 10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스팸메일 발송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의 PC에서 다른 통신사들과 함께 하나로텔레콤의 가입자 정보들이 포함된 적이 있다.



굳이 하나로텔레콤의 고객DB를 어렵게 뚫지 않더라도 손쉽게 해당 가입자 고객을 확보할 '구멍'은 널려있었던 셈이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조차도 "현재로선 이렇게 유통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해킹 혹은 시스템 관리소홀로 줄줄 새어나오는 개인정보, 심지어는 해지고객 정보까지 남에게 무단으로 넘겨진 개인정보들까지. 이제는 개인정보가 더 이상 개인정보가 아닌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공인(公人)정보가 돼 버린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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