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치란]김민석 "소명(召命)"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4.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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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치란]김민석 "소명(召命)"


'김민석'은 화려한 이름이다. 대학 땐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 의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32살엔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386 세대의 대표주자로 승승장구했다.

재선 의원이던 지난 2002년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젊었고 패기가 넘쳤다. 지지율도 유리했다. 서울시장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맞상대였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때부터 시련이 시작됐다.

곧이어 16대 대선이 닥쳤다.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그는 몸 담고 있던 민주당을 떠나 정몽준 당시 후보측에 합류해 협상 대표로 나섰다. 정 후보가 막판에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하자 그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학 시절 함께 운동했던 '동지'들의 눈초리는 더욱 냉랭했다.



실패는 계속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로 나섰으나 낙선했다. 그는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정계와는 영영 이별이라 생각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 다시 돌아와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 1위는 이인제 의원에게 뺏겼지만 2위에 오르며 저력을 보였다. 당 최고위원이 됐고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결합한 통합민주당에서도 최고위원에 올랐다. 사람들은 김민석을 다시 기억하기 시작했다.

"나이에 비해 풍상을 많이 겪었죠. 천당과 지옥을 다 겪었어요. 사실 다시 정치를 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복귀했죠. 해야할 일이 있다는 소명의식 때문입니다.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말이죠."


그가 해야할 일이란 게 뭘까. 그는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서는 한국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 비전과 어젠다를 제시하는 게 목표이자 '소명'이다.

정치란게 원래 소명의식을 갖지 않고선 안되는 일이다. 출세를 위한 정치는 더더욱 안된다. 정치는 무엇인가를 하도록 부름 받았다는 생각으로 봉사하는 일이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명료하지 않으면 굳이 정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는 건 세금 낭비죠."

정치를 소명으로 생각하는 그에게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주변에서 안타까워 했다. 공천을 받지 못한 몇몇 사람들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남았다. 그리고 담담하다. "뭐가 되느냐보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선거의 승패보다 말이죠." 그는 의원 배지를 달지 않고도 민주당에서 할 일이 있다고 믿는다.

△서울(44세) △숭실고·서울대 사회학과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서울대 총학생회장 △15,16대 의원 △새천년민주당 대변인·공천심사위원 △국민통합21 선대본부장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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