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어음 1조, 한방에 갚았다

더벨 이현중 기자 2008.04.25 15:13
글자크기

LG카드 인수로 늘어난 어음, 배당금 받아 일거에 상환

이 기사는 04월25일(15: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로 급격히 불어났던 단기차입금(기업어음) 1조원을 한번에 갚았다. 사실상 인수금융의 일부를 상환한 셈으로 재원의 대부분은 LG카드의 후신인 신한카드의 배당금이다.



신한지주 (56,100원 ▲600 +1.08%)의 지난해말 현재 단기차입금은 무려 1조255억원에 달했다. 이중 대부분은 지난해 하반기 발행된 기업어음(CP)이다. 단기차입금을 거의 쓰지 않기로 유명한 신한지주 CP가 이처럼 불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LG카드 인수였다.

↑신한금융지주 기업어음 발행 추이↑신한금융지주 기업어음 발행 추이


LG카드 인수자금 모두를 외부자금으로 조달하다 보니 부채가 급증했고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서 CP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초 거의 없었던 CP는 LG카드를 인수한 3월 500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급증세를 지속해 10월엔 1조4000억원에 육박했다. 이후 다소 줄어든 기업어음 잔액은 12월 중순 이후 3월까지 1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지켰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1일 9650억원의 CP를 갚았다. 모두 지난해 6월 이후 발행된 CP로 상환일자를 같은 날로 맞춰 놓은 것들이다. 이제 남은 CP는 7월1일로 만기를 맞춰놓은 300억원, 700억원, 200억원 등 총 1200억원 규모다.

1조원에 가까운 CP를 단번에 상환할 수 있었던 것은 신한카드에서 유입된 대규모 배당금 덕이다. CP를 발행할 때 상환일을 4월1일로 맞춘 것부터 배당수익으로 갚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7월 만기인 CP는 또다른 자회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의 배당금 지급일에 맞추어져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7008억원의 배당금을 지주에 넘겼다. 작년 당기순이익의 무려 47.11%에 달한다. 자산총액 16조원인 신한카드의 배당금은 자신보다 10배나 큰 신한은행(자산총액 175조원)의 배당금 4065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에서 받은 배당금 1조1073억원의 거의 전부가 CP상환에 쓰였다.


신한카드가 올린 순익의 절반을 CP상환에 쓴 것은 CP증가의 근본적인 배경이 LG카드 인수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를 위해 2006년 11월말부터 총 2조9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사실상 차입금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환우선주로도 3조7000여억원을 조달했다. LG카드 인수를 앞두고 찍은 CP도 5000여 억원에 이른다.



LG카드 인수에는 3월에 6조7000억원가량, 추가로 7월에 4500억원 가량 등 총 7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이외에도 신한캐피탈, 굿모닝신한증권 등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자산확대를 위해서는 신한지주의 자금지원이 필요했다. 보유현금에 한계가 있던 신한지주로서는 CP를 크게 늘릴 수 밖에 없었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시장 조달의 만기 선택에 있어 조달코스트, 배당이익 등을 모두 고려했다"면서 "지난해 CP를 대거 늘렸던 부분은 만기 시점에서 상환재원이 충분해 발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CP발행이 자칫 자금 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조달의 탄력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지만 신한지주는 자회사 배당금이라는 확실한 재원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잔액을 대폭 늘린 것이다.



CP급증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회사채 금리가 크게 뛰는 바람에 단기차입을 늘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신정평가 김원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재무적 융통성이 우수한만큼 조달 코스트 면에서 장기보다 단기로 조달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을 것"이라면서 "재무정책 차원에서 기업어음 사용을 늘린 것같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