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펀드는 '삼성 쇄신안' 어떻게 보나

이규창ㆍ황국상 기자 2008.04.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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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뀔까?", "바뀌면 좋을까?"…"아직 두고봐야"

이건희 회장의 퇴진 등 '삼성그룹 쇄신안'에 대한 사회책임투자(SRI)펀드 운용역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은 아직 확인되지 않아 큰 폭의 편입비중 조정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에 초점을 맞춘 국내의 사회책임투자(SRI)펀드 대부분은 '비자금 파문'이 불거진 삼성그룹주의 편입비중이 높은 상태다. 이때문에 펀드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특검수사 결과와 경영쇄신안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22일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퇴진,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 등 '쇄신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보적인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우선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일선퇴진이 실제 그룹 지배구조의 변화를 나타낼 것인지 확실치 않고, 지배구조의 변화가 각 기업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게다가 이번 조치로 '비자금 오명'이 완전히 씻어질 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정우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즈자산운용 이사는 "장기적으로 삼성 지배구조 개선의 첫 발을 뗀 것으로 보지만 시장은 개선 속도에 대해서는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그룹주를 보유한 목적은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아니라 벤치마크지수를 추종하기 위한 것이므로 비중 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상무는 "이건희 회장 퇴진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로 호재"라며 "이번 일로 삼성의 주가가 빠지면 신영투신 전체 SRI 운용자산 중 20%를 차지하는 삼성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역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발표 내용으로 금일 주가의 소폭 조정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본다"며 "그러나 오너의 퇴진은 SRI 측면에서 평가요인이 아니므로 펀드 내 편입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국내 시장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할 때 SRI펀드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할 역할은 현재로선 없다"며 "단지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에 투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강선식 우리CS운용 팀장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이 기대됐던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1차적으로 수익을 실현한 뒤 진행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라며 "오늘 발표내용만으로 실제 삼성그룹의 변화를 예단하기 어려우므로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배구조나 사회책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적 등 기업의 가치"라며 "추가적으로 가치상승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 관점에서 전체적인 투자방향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삼성이 비자금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등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다"며 "각 개별 기업에 대한 영향은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운용사 SRI펀드 운용역은 "삼성그룹 비중이 타 운용사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편입비중을 늘리거나 하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은 기대이상이라는 평가는 내리지 않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 이후 주가가 삼성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자사주매입 등 기대감을 일으켰던 부분이 발표에서 빠졌고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관점에서 매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정서상 사회책임은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며 "과거 삼성이 이뤄냈던 실적은 시장 대비 우수한 것이었으므로 이같은 기대로 후속조치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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