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 공기업 개혁 '아이러니'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4.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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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권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금융 공기업 수장들이 사실상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화조달 사정을 놓고도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른 정도로 당국의 시그널이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국책은행장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영입하겠다"고도 했고, "과도한 공기업의 연봉을 깎겠다"고도 했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모두 그럴 듯한 방침이지만 정작 연결시켜 놓으면 헷갈린다.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의 연봉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연봉을 깎여가면서 물설고 낯선 땅에 도전하겠다는 글로벌 인재가 몇이나 될 지 의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제시한 '원칙중심의 감독, 비명시적 규제 철폐' 역시 애매하다는 반응이 적잖다. 원칙중심의 감독이란 금융회사가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는 질문을 많이 할 수 밖에 없고 금융당국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답변이나 구두지시와 같은 비명시적 규제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공존하기 어려운 문제다.

금융당국 내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방침은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고 낙하산 인사를 없애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외부 인사가 들어오려면 자리가 있어야 하고 자리가 생기려면 사람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외부로 나갈 수가 없으니 자리를 만들 방법은 구조조정 밖에 없다. 엄청난 모순이다.


방법이 하나 있다. 보직은 뺏고 '자르지' 않으면 된다. 소위 인공위성으로 정년을 채우는 '기막힌' 방법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2개월이 다 돼 간다. 춤을 추라고 얘기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박자'를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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