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적자, MB가 찾은 묘수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4.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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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주범' 日 부품·소재 기업 전용공단 설치 언급

지난 3월5일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연간 3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4월로 예정된) 일본 방문을 계기로 적자 해소를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한달 보름 뒤 일본을 찾은 이 대통령이 실제로 그 해법을 꺼내들었다. 국내에 일본 기업 전용공단을 만드는 것이다. 대일 적자의 주범인 부품·소재 분야의 일본기업들을 오히려 한국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기술을 전수받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나온 대일적자 대책이 '일본 기술 따라잡기' 일색이었던 것에 비춰 '발상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21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경단련 주최 오찬에서 "일본의 앞선 부품소재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거나 연구개발(R&D), 전략적 제휴 등 공동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일본기업 전용공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공장용지를 값싸게 공급할 것"이라며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해 공단 내 각종 인허가와 애로사항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누적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2287억달러. 이 가운데 부품·소재 분야의 적자규모가 1780억달러로 78%에 달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본처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지난 2006년에는 2015년까지 총 1조1000억원을 투입, 원천기술을 선진국 대비 90%까지 확보하는 소재산업 발전전략도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일본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기업들은 앞선 기술을 활용해 속속 차세대 기술들을 내놓는 것이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택했다. 일본이 원천기술을 활용해 우리나라에 부품·소재를 판다면 아예 들어와서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일 무역적자 축소와 함께 기술 전수를 통한 기술격차 축소도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방안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사전포석으로도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제만 놓고 본다면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이 격차를 그대로 두고 FTA를 하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FTA 협상 이전에 기업간 협력문제, 특히 상호 취약한 부분에서의 상호협력, 이런 것이 전제되면서 양쪽에 윈윈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찾아 낸 이 해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한일FTA가 추진될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만성 대일적자의 핵심은 제조업의 기술을 타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며 "만약 현 상태에서 한일FTA가 발효된다면 수출-내수, 완성재-부품·소재 간의 제조업 양극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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