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한달 보름 뒤 일본을 찾은 이 대통령이 실제로 그 해법을 꺼내들었다. 국내에 일본 기업 전용공단을 만드는 것이다. 대일 적자의 주범인 부품·소재 분야의 일본기업들을 오히려 한국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21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경단련 주최 오찬에서 "일본의 앞선 부품소재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거나 연구개발(R&D), 전략적 제휴 등 공동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일본기업 전용공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누적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2287억달러. 이 가운데 부품·소재 분야의 적자규모가 1780억달러로 78%에 달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본처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지난 2006년에는 2015년까지 총 1조1000억원을 투입, 원천기술을 선진국 대비 90%까지 확보하는 소재산업 발전전략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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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일본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기업들은 앞선 기술을 활용해 속속 차세대 기술들을 내놓는 것이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택했다. 일본이 원천기술을 활용해 우리나라에 부품·소재를 판다면 아예 들어와서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일 무역적자 축소와 함께 기술 전수를 통한 기술격차 축소도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방안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사전포석으로도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제만 놓고 본다면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이 격차를 그대로 두고 FTA를 하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FTA 협상 이전에 기업간 협력문제, 특히 상호 취약한 부분에서의 상호협력, 이런 것이 전제되면서 양쪽에 윈윈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찾아 낸 이 해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한일FTA가 추진될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만성 대일적자의 핵심은 제조업의 기술을 타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며 "만약 현 상태에서 한일FTA가 발효된다면 수출-내수, 완성재-부품·소재 간의 제조업 양극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