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CJ·하이트, 오너 고민 지주사로 풀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8.04.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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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2세들의 지배권 확보..하이트맥주,진로 상장 부담 경감

식음료 업체들의 지주회사 전환과 회사 분할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03년 농심홀딩스를 필두로 2005년 대상홀딩스가 나타났고 지난해에는 CJ가 뒤를 이었다. 또 올해 들어 풀무원, 하이트맥주도 앞다퉈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해당 업종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이다.

식음료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탓도 있지만 상속, 2 ~ 3세 경영인의 성공적 그룹 입성, 자회사 상장 등 다목적 포석도 깔린 것으로 증권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투자만 전담하고 자회사들은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어 투자실패가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총수들에게는 보다 절박한 사연이 있다. 보유 지분이 낮은 문제를 지주사로 타개하거나 후계 구도를 고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버지인 신춘호 회장에서 아들인 신동원(농심 부회장)-동윤(율촌화학 부회장)으로의 지분 이동이 필요했던 농심이 이 같은 경우다. 농심홀딩스 (66,800원 ▼800 -1.18%)가 출범하기 직전해인 2002년말 농심 (353,000원 ▼11,500 -3.16%)의 지분구도는 신춘호 9.96%, 신동원 2.78%, 율촌화학 18.26%, 율촌재단 5.09%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농심홀딩스가 출범하면서 총수 일가의 고민은 확 줄었다. 동원씨가 당시에도 15만 ~ 25만원의 고가였던 농심 주식을 사들일 필요가 없이 농심홀딩스에 집중하면 농심을 우회지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원씨는 2003년9월 농심홀딩스 지분이 4.97%였지만 지난해 말 36.78%로 지분이 늘었다. 동윤씨도 같은 기간 0.36%에서 19.69%로 지분이 늘었다. 농심홀딩스는 농심 32.7%(작년 말)를 갖고 있다.

창업주로 회사를 일군 신춘호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심 7.4%를 갖고 있지만 농심홀딩스 지분은 전무하다. 신 회장은 2003년 당시 갖고 있던 농심홀딩스 지분 9.96%을 친인척들에게 그해 전량 증여했다.


대상 (19,630원 ▼370 -1.85%)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딸인 세령(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부인), 상민씨가 최근 수년동안 대상홀딩스 지분을 크게 늘렸다. 회사 분할 당시인 2005년8월 세령씨와 상민씨의 대상홀딩스 (8,320원 ▼300 -3.48%) 지분은 각각 10.22%, 14.42%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20.79%, 30.36%로 보유 지분이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임창욱 명예회장의 대상 지분은 0.51%에서 6.38%로 늘었을 뿐이다.

이밖에 신춘호(76) 회장, 임창욱(59)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이재현(48)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지배권 확충에 주로 활용했다. 지주사 도입과 함께 이재현 회장의 지분은 CJ로 집중됐고 43.36%까지 불어났다. 이 회장의 2006년 말 CJ(CJ와 CJ제일제당 분할 이전) 지분은 19.73%였다.



하이트맥주의 지주사 전환은 이 같은 2 ~ 3세의 움직임과는 다소 궤를 달리한다. 하이트맥주는 진로 상장 작업 등에 대한 부담에 대한 돌파구로 지주사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사 전환 후 진로의 실적이나 주가가 하이트맥주에 미치는 영향이 낮아진다"며 "현재 진로는 하이트맥주의 자회사여서 맥주부문이 좋아도 소주가 부진하면 자체 주가가 주목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농심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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