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기꾼? 정부가 M기꾼!"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임동욱 기자 2008.04.2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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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키코'상품은 자산보호용" 은행권 반박

최근 은행들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S기꾼'(사기꾼·또는 투기꾼) 질타에 속앓이를 했다.

강 장관은 은행들이 무지한 중소기업들에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 과도한 환헤지를 하도록 해 수수료 장사를 했다고 지적했으나 정작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에서 정부를 겨냥한 'M기꾼'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다. M은 '만지기'(개입)나 '조종'(manipulation)을 지칭한다.
"S기꾼? 정부가 M기꾼!"


금융 전문가들은 강 장관이 문제 삼은 환헤지 상품을 'KIKO'(Knock-In-Knock-Out) 통화옵션 거래로 보고 있다. 수출기업 등은 환율 급변동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키코' 등 다양한 옵션거래를 해왔다.

'키코'는 현재 환율을 행사가격으로 하는 '녹아웃 풋옵션 매입'과 '녹인 콜옵션 매도' 거래를 1대2 등 일정 비율로 체결,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는 경우 헤지효과가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서 '녹아웃'(Knock-Out) 옵션은 일정 수준의 '배리어'(한계선)를 설정한 뒤 환율이 이를 넘어갈 경우 계약 자체가 소멸돼 없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녹인'(Knock-In) 옵션은 환율이 '배리어'를 넘어간 후에야 옵션계약의 효력이 발생하고, 만기 전까지 넘어가지 못하면 계약이 소멸된다.

이를테면 A사가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막기 위해 환헤지를 결정했다고 하자. 회사 재무담당자는 매달 평균 100만달러의 수주가 예상돼 이의 절반을 당시 원/달러 환율 940원으로 결제하기로 했다.



A사는 거래은행과 행사가격 940원, 녹아웃배리어 890원, 녹인배리어 990원, 그리고 매달 옵션 행사 여부가 결정되는 '키코' 계약을 했다. 원/달러 환율이 예상대로 890~990원에서 움직인다면 이 계약은 '약'이 된다. 환율하락시 환차손을 일부 줄일 수 있고, 환율상승시 환차익도 가능하다.

그러나 환율이 990원을 웃도는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바로 '녹인' 옵션 때문이다. 이 옵션은 환율이 지정 범위에 있는 경우 계약이 무효(녹아웃)가 돼 문제가 없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해 배리어 상단을 넘게 되면 '녹인' 상태가 된다. 이 경우 계약금액의 2~3배가량을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게 돼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서면서 이같은 계약이 대부분 '녹인'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은행은 과연 고객에게 '독약'을 처방한 것일까. 시중은행 관계자는 "940원을 행사가격으로 봤을 때 890~990원의 밴드는 상당히 넓은 것"이라며 "당시 전세계적으로 달러약세 추세였고 국내 각 연구기관 보고서도 원화강세를 예상했기 때문에 990원을 넘어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가 경제성장 등을 강조하면서 환율이 올랐다"며 "여기에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환율이 1000원을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원/달러 환율이 300원이나 하락하는 과정을 보면 과연 환헤지를 안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헤지는 무엇을 예측하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산의 원화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를 기업에 권유했다고 S기꾼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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