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답안'대로 끝난 美쇠고기 협상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4.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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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두고 주도권 상실… 농가 타격·식품 안전성 우려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사실상 '전면 개방'으로 귀결된 것은 어느 정도 예측됐던 일이다.

총선(9일)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됐던 협상을 재개한 것과 한·미 정상회담(19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을 계산하면 '답안지'는 이미 나온거나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예상대로 우리 측의 대폭 양보로 도출됐고, LA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 식탁에 대거 오를 날도 가까워지게 됐다.



이번 협상 타결로 한·미 FTA 비준 일정은 날개를 달게 됐지만, 국민건강은 도외시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짜고 친 고스톱'(?)='30개월 미만 살코기'로만 수입이 제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폭에 관한 협상을 재개한 것 자체가 우리측의 양보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관건은 과연 어디까지 양보할 것인지였다.



우리측은 '30개월 미만'을 저지선으로 설정했지만 협상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미국측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측 협상 대표인 민동석 농식품부 차관보는 "정상회담과 FTA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역설했지만,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측에 '선물'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정권 수뇌부에서 "정상회담 이전에 무조건 협상을 타결하라"고 지시했다는 말도 흘러나오는 등 협상 과정에서도 결론이 이미 나와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이번 협상은 최고위급의 의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실무 협상진의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농식품부의 재량권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 식탁 점령하나=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빗장이 풀리면서 한우 농가를 비롯해 전체 축산농가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으로 수입산 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55%선에서 최대 70%대로 올라갈 전망이다. 한우에 비해 훨씬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가 대량 공급되면서 소값 하락도 불가피하다.

축산업계는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농가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현재보다 싼 가격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확대되면 600㎏ 한우 수소 산지 가격이 10.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산 쇠고기와 국산 돼지고기와의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 양돈 농가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허탈하다. 축산농가의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측의 편의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광우병 위험은 없나=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 강화'라는 부대조건을 달긴 했으나 미국 내에서 축산농가의 반발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미국측 협상대표인 엘렌 텝스트라 미 농무부 차관보도 "렌더링협회 등 업계가 강하게 반대해 시행이 어렵다"고 밝혀왔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광우병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수도 없다. 최근 미국 내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20대 여성이 사망하고, 통제국 판정을 받은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간 국내 수입된 30개월 미만의 살코기에서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된 것을 감안하면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될 경우 위험도는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미국으로부터 FTA를 비준해준다는 보장을 받는 등 외교적 실익도 없이 국민건강권만 유린당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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