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수사(搜査)가 남긴 ‘수사(修辭)’

김지민 기자 2008.04.17 14:44
글자크기

창왕찰래, 파사현정, 지록위마... 삼성특검이 남긴 '말잔치'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은 수사 브리핑 때마다 다양한 '사자성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100일 가까이 진행되는 수사에서 특검팀이 사용한 화려한(?) 수사修辭)는 자칫 풀어지기 쉬운 브리핑 시간의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이 끝난 지난 3월9일 60일 간의 수사 결과를 '창왕찰래(彰往察來)'라는 사자성어로 자평했다.



창왕찰래는 '지나간 것을 밝히고 미래를 살핀다'는 뜻으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삼성의 관행화된 비리를 바로잡겠다는 특검팀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1차 수사기간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향후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특검팀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덧붙여졌다.



특검팀은 수사 종료를 며칠 앞둔 지난 15일에는 그동안의 수사에 대해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고사성어를 사용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우리는 잘못된 것을 밝혀서 다루는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그간 활동해 왔다"고 말했다.

불교용어인 '파사현정'은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으로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내 올바른 길로 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 특검보는 "과거 이 회장의 좌우명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한 월간지 보도를 본 적이 있다"며 "우리는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수사했다. 이번 수사 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특검팀은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모르쇠' 진술 태도를 빗대 '지록위마(指鹿爲馬)'란 말로 꼬집으며 삼성 임원들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만든 차명계좌를 자신의 계좌라고 계속 우기는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윤 특검보는 비자금 의심 자금과 관련해서도 "비자금의 '금'을 우리는 '금금'으로 보는데 삼성은 '쇠금'이라고 한다"고 비꼬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