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태 172일, 상처 깊어 후유증 길듯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4.17 11:20
글자크기

업무 사실상 마비… 글로벌삼성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상처

삼성 특검이 17일 99일간의 수사를 마친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가 지난해 10월 29일 비자금 폭로 이후 172일간 삼성 그룹 전체는 큰 타격과 깊은 상처를 입었다.

삼성은 지난해 고 이병철 회장 20주기 추모식과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 김 변호사의 폭로로 일상적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계속된 폭로는 대선 정국과 맞물려 개별 기업으로는 유례없이 특검이 도입되는 '삼성 특검법'을 만들어냈고, 검찰의 특별감찰수사본부의 조사에 이어 지난 1월 10일부터 조준웅 특검팀이 출범해 17일까지 99일간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99일간의 특검 수사기간에 이건희 삼성 그룹회장과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해,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등 전현직의 100여명이 넘는 삼성 관계자들이 소환됐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 삼성 그룹 본관 및 삼성전자 본사 등 삼성계열사 수십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되면서 삼성은 창립 70년 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로 인해 삼성 그룹은 올해 투자계획 수립이 늦춰졌고, 사장단 및 임직원 인사가 전면 보류됐으며 신입사원 채용과 해외 글로벌 비즈니스 등 모든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후폭풍도 만만치 않아 삼성 협력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채용시장과 투자시장은 얼어붙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업 삼성에 대한 이미지와 국가신인도 추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특검은 이재용 전무의 e삼성 지분 매각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비자금 수사 등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회장을 포함한 핵심 인사들에 대해 배임과 탈세 등으로 불구속 기소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2일간의 비자금 공방은 이날 특검의 수사발표로 일단락되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는 일만 남았지만 한국 대표기업 삼성에게 안긴 상처는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깊다.


삼성 그룹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김 변호사의 폭로 및 특검 수사로 인해 사실상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다"며 "특검이 끝나더라도 그 여부가 언제까지 미칠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삼성과 재계에서는 이번 특검 수사로 인해 향후 수년간 삼성이 '특검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