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조업 실적 호전..FRB가 웃는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4.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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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보통신(IT) 기업들과 일반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넘는 것으로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월가 은행들의 실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보기드문 악화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침체 속에서도 달러 약세로 인해 해외시장에서의 영업 호전이 IT기업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의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연준(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제조업 실적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

은행들까지 확대된 예대마진 등을 바탕으로 향후 실적이 바닥에서 회복세로 전환할 경우 연준의 부양정책은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주들은 은행주와 달랐다
실적 호전은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15일(현지시간) 1분기 순이익은 14억4000만달러(주당 25센트)로, 지난해 같은기간 16억4000만달러(주당 28센트)보다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매출액이 9.3% 증가한 96억7000만달러로, 예상치 96억5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는 점이다.

인텔은 나아가 2분기 매출이 기존 전망치인 92억6000만 달러보다 높은 90~9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의 이같은 매출 상향은 지난 11일 GE의 부진한 실적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 IBM도 '어닝 서프라이즈' 대열에 동참했다. IBM은 16일(현지시간) 1분기 순이익이 23억2000만달러, 주당 1.65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예상 주당 순이익 1.50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은 "올해 나머지 분기의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컴퓨터 업체인 IBM의 실적이 호전되면 PC에 들어가는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큰 모멘텀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IBM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같은 효과다.

◇코크, J&J 해외에서 일 냈다



코카콜라는 16일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12억6000만달러, 주당 54센트) 보다 증가한 15억달러(주당 64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회성 항목을 제외할 경우 순익은 주당 67센트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63센트를 상회했다.

존슨앤존슨(J&J)은 하루전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주당 1.26달러였다고 공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1.20달러를 넘는다. J&J는 올해 주당 4.40달러~4.45달러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전망치 4.43달러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코카콜라와 J&J의 실적 호전은 약달러에 힘입은 바가 크다. 코카콜라는 남미와 러시아에서의 판매 증가로 1분기 순익이 증가했다며 달러 가치 하락도 이익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환율 효과는 토요타 자동차의 실적 둔화 전망에서도 유감없이 나타난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인 토요타는 이날 올해 이익이 20% 감소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연간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8년만에 처음이다.

미국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 감소와 엔화 강세에 따른 비용증가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수출 기업은 약달러로 깜짝 실적을 내는 반면 미국에서 제품을 파는 해외의 수출 기업들은 약달러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신세인 것이다.
◇시장은 긍정적 반응..'최악은 지났다' 기대
시장은 제조업체들의 실적 호전을 환영하고 있다. 뉴욕증시는 16일 2% 넘게 뛰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4% 급등했다.



섀퍼스 인베스트 리서치의 도드 샐러먼 부사장은 "광범위한 업종에 걸쳐 견조한 실적 발표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심리를 북돋웠다"며 "어닝시즌 초반에 나타났던 악재들이 희석됐다"고 말했다.

지난주 증시를 강타했던 GE 쇼크 역시 금융부문의 실적 악화였던 만큼 투자자들은 금융주의 실적 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메릴린치 씨티그룹의 적자 행진이 저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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