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코스피와 원/달러환율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4.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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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표 하강+환율 상승=주가 하락?

코스피지수가 5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했다. 사흘만에 상승하면서 다시 경기선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120일선 도전의 희망을 품게 됐다.

뉴욕증시 3대지수 이어 아시아 증시가 대부분 상승한 영향을 받으며 많은 종목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기전자(-0.34%)와 전기가스(-0.09%) 업종이 소폭 하락했을 뿐 나머지 업종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주식 순매도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외국인은 이날도 2656억원을 순매도하며 5일간 누적 순매도 규모를 1조6885억원으로 키웠다.
투신(2845억), 기타법인(394억원), 증권(351억원), 연기금(218억원)이 주식 순매수에 나서면서 프로그램 순매수가 4000억원 가까이 증가함에 따라 외인 주식 순매도 부담을 잠재웠지만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연중 최고치(6조4000억원)에 근접한 부담을 안게 됐다.

코스닥지수가 하락한 것과 지수선물 미결제약정이 감소한 점도 맘에 걸리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지수상승을 이끌었던 주도주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은 장세에 대한 낙관론을 약화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62,700원 ▲100 +0.16%), LG전자, 현대차 (250,500원 ▲1,500 +0.60%)가 사흘째 하락했고 국민은행 (0원 %)도 6일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비록 낙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IT전자, 자동차, 금융주 등 증권사의 매수추천이 쏟아지는 트리오(3인방) 업종의 대장주들이 기세를 상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상최대의 매출과 영업익을 낸 LG전자 (110,000원 ▼900 -0.81%)가 실적발표일 영락없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닝서프라이즈가 주가에 기반영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게 됐다.

중국 3월 물가지수가 예상치보다 높게 발표되면서 결국 금리인상 카드를 피할 수 없게 된 점도 악재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상하이지수가 고점대비 반토막 나면서 바닥론이 급부상했지만 하락세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심리적 압박감을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중국 증시보다 중요한 건 미증시다. 메릴린치 등 관심이 집중된 은행주 실적은 물론 소비자물가(CPI)와 주택지표까지 확인해야 한다.
베이지북 내용에 따라 월말(30일) 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결정될 금리인하 폭을 저울질할 수 있겠지만 2.25%인 콜금리의 인하폭이 커지는 게 능사만은 아니다.

주가는 귀신도 모르고 증시 아이큐는 3000이란 증시 농담이 있다. 모두가 증시 방향을 알고 싶어하지만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과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회자되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원/달러환율과 코스피지수는 정확한 역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내일의전략]코스피와 원/달러환율


지난해 10월31일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 종가(2064.85)를 기록한 날 원/달러환율은 외환위기(IMF) 이후 10년 최저치인 900.7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증시는 하락세, 환율은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지난 3월17일 또 한번 환율과 주가가 정확히 같은 날 변곡점을 만들었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1574.44로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원/달러환율도 1029.2원으로 연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995.5원까지 오르다가 98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상승이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사흘만에 상승했다. 단기적인 현상이지만 일단 불조화(Divergency)가 나온 셈이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원/달러와 코스피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면 오늘과 같은 다이버전시는 곧바로 해소되게 된다. 즉 방향을 잘못 정한 한 쪽이 추세적인 흐름을 보이는 쪽의 흐름을 따르게 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상승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환율 하락을 유도하는 쪽은 '사기꾼'이라는 원색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1000원선으로 환율이 상승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환율이 오르면 주가가 빠지는 게 최근 6개월간 검증된 흐름에서 원/달러환율 상승 선호 발언을 주가 하락 예고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이라면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중경 1차관은 "모든 경기지표가 만장일치로 아래쪽을 가르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부 기업이 사상최고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도 주가 상승은 요원한 얘기가 된다.
모든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환율이 상승한다면 증시에 대한 기대는 금물이기 때문이다.

재정정책, 통화정책, 환율정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대통령의 공약인 7% 성장을 맞춰보겠다는 과욕에서 나온 얘기들이겠지만 이날 장차관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주식을 던져라'는 선언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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